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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제·렌탈폰…통신사 주도 폰 유통질서 ‘흔들’

윤상호
- 삼성전자 ‘갤럭시클럽’ 이어 CJ헬로비전 ‘0원 렌탈’ 도입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통신사 중심 휴대폰 유통구조는 바뀔 수 있을까. 자급제에 이어 렌탈폰 시장이 꿈틀댄다. 기기보다 요금제 중심 소비 움직임이 늘어난 덕을 봤다. 단말기유통법 이후 변한 모습이다. 렌탈폰이 안착할 경우 통신사는 통신시장 전체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제조사에겐 기회이자 위기다. 소비자는 선택지가 넓어진다.

15일 CJ헬로비전은 오는 16일부터 ‘0원 렌탈’ 서비스를 도입한다. 0원 렌탈은 중고폰을 약정 없이 빌려주는 것이 특징. 소비자는 통신비만 내면 된다. 중고폰 공급은 착한텔레콤과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3’ ▲삼성전자 ‘갤럭시S5’ ▲LG전자 ‘G3’ ▲애플 ‘아이폰5’ 4종을 대여할 수 있다. 다만 렌탈기본료를 통신사가 대신 납부하는 형태기 때문에 일시정지를 하면 렌탈비가 발생한다.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파손하면 배상해야한다.

렌탈은 미국 통신사 T모바일이 도입해 반향을 일으킨바 있다. 2년 약정과 지원금 대신 리스와 무지원금을 내세운 ‘언캐리어(un-carrier)’ 전략이 그것이다. 작년 9월 ‘아이폰6S’ 출시에 맞춰 내놓은 이 상품에 힘입어 T모바일은 미국 점유율 3위 자리를 회복했었다. 이젠 버라이즌 AT&T 등 대부분 미국 통신사가 렌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신제품을 계속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통신사는 지원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제조사는 안정적 신제품 판매처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첫 도입 때 비용이다. 렌탈을 본격화하려면 그만큼 누군가는 폰을 확보해야한다. 통신사는 지지 않아도 되는 위험부담이 생긴다. 제조사는 다음번에 우리 폰을 골라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 부분을 보완한 것이 삼성전자 ‘갤럭시클럽’이다. 갤럭시클럽은 빌려주는 것보다 되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카드를 이용해 24개월 할부로 제품 구매하고 1년 후 폰을 반납하면 남은 할부금은 면제다. 삼성전자 신제품을 사야하는 것이 조건이다. 통신사 선택은 자유다. 통신사는 관계없는 자급제 프로그램이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사고 통신사를 고르는 것이 자급제 1단계라면 특정 제조사가 자기 제품을 사는 제약을 두고 일종의 지원금을 주는 자급제 2단계에 돌입한 셈이다. 갤럭시클럽은 5월말까지만 가입을 받는다.

한편 렌탈폰과 자급제 활성화는 통신사의 시장 지배력 축소를 동반한다. 통신사 중심으로 짜인 대리점 판매점 위주 휴대폰 유통망 재편 필요성을 높인다. 통신상품과 스마트폰을 묶어서 구입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법 유지 이유도 없어진다. 단말기유통법은 제품과 서비스를 같이 팔아 발생하는 여러 불법을 막기 위한 것. 원인이 없어지면 결과는 달라진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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