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삼성-LG 해묵은 ‘RGBW’ 논쟁…절충안으로 마무리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작년부터 설전을 이어온 ‘RGBW’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해상도 논란이 마무리됐다. 국제 디스플레이 해상도 측정 규격을 정하는 디스플레이계측국제위원회(ICDM)가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표기할 때 반드시 화질 선명도를 명시할 것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각) 국제 디스플레이정보학회(SID) 산하 ICDM은 정기총회에서 TV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를 측정할 때 기준이 되는 ‘라인(Line)’의 숫자만을 세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디스플레이가 원본 해상도를 얼마나 잘 표현해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화질 선명도(Contrast Modulation)’ 수치를 표기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울트라HD(UHD) 해상도 논쟁도 일단락됐다.

이번 ICDM의 결정은 LCD 패널의 화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업체 사이의 갈등을 종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RGBW 패널은 화소 하나에 적(R)록(G)청(G) 3개의 부분화소(서브픽셀)가 배치되는 전통적인 ‘RGB’ 스트라이프 방식과는 달리 백색(W)의 부분화소가 추가된다. 풀어 설명하면 RGB, WRG, BWR, GBW, RGB 구조로 이뤄져 있다. W를 포함한 전체 부분화소의 개수는 2488만3200개로 일반 UHD 패널과 동일하다.

RGBW의 장점은 원가절감이다. 통상 고해상도를 구현하면 개구율(실제 빛이 나올 수 있는 면적 비율) 확보가 어렵다. UHD 패널은 적정 밝기를 구현하기 위해 백라이트용 발광다이오드(LED)를 더 배치하거나 추가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원가상승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RGBW 패널에는 투명한 백색 부분화소가 들어가므로 동일 전력에서 밝기가 60% 개선되고 동일 밝기에선 소비전력을 30% 절감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 패널을 ‘M+’로 명명하고 적극적인 판촉 활동을 벌였고 작년 4분기 UHD 패널 출하량에서 398만8000대를 출하하면서 35%의 시장점유율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RGBW 패널에서 W 화소가 별도로 색상을 구현하지 않고 밝기만 개선한 만큼 UHD 해상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 김현석 사장은 “(RGBW 방식 UHD TV는)화소수가 부족하니 (시장에서)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ICDM에 RGBW와 펜타일 등 부분화소를 이용한 패널의 해상도 측정 기준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올렸다.

이번 ICDM의 결정은 부분화소 패널에 대해 현재의 해상도 측정방식을 그대로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다. 다만 패널의 선명도를 나타내는 콘트라스트 모듈레이션(CM)에서는 전통적인 RGB 패널과 차이가 있으니 선명도를 표기하자는 것. 바꿔 말하면 삼성전자의 RGBW 패널이 UHD 해상도에 준하지 못한다는 주장(4K→3K)은 힘을 잃게 됐다. 반대로 LG디스플레이는 RGBW 패널에 수치화된 선명도를 표기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삼성전자 등에 패널을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입장도 애매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의 M+와 동일한 화소 구조, 유사한 화면 제어 알고리듬을 가진 RGBW 패널 ‘그린2’를 올해부터 양산하기 때문이다. UHD TV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가운데 현재 삼성전자는 RGB 패널만 제품에 적용하고 있으나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언제까지 RGBW 패널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향후 UHD TV 시장은 RGBW의 원가절감 패널을 통한 세력 확대와 함께 선명도 이슈가 새롭게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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