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제대로 가고 있는가?…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일침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해 10월 LG전자는 미국에서 유명 할리우드 영화배우 ‘조셉 고든 레빗(Joseph Gordon Levitt)’을 앞세워 당시 발매한 ‘V10’ TV 광고를 진행했다.
조셉 고든 레빗은 약 2개월 동안 본인이 대표로 있는 히트레코드(hitRECord)에서 섭외한 일반인들에게 V10을 나눠주고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들(In-Between Moments)’이라는 주제의 동영상을 촬영하게 한 뒤 직접 이를 편집하고 제작했다.
히트레코드(www.hitrecord.org)는 조셉 고든 레빗이 2004년부터 운영 중인 사이트다. 개개인의 창의력을 공유하기 위한 웹사이트로 단편 영화, 노래 등을 각 분야의 전문가, 혹은 일반인들이 참여, 제작하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콘텐츠는 공연이나 책 등으로 확대 생산되며 수익이 발생하면 참가자와 히트레코드가 분배하는 구조다.
◆인터넷, 새로운 역할 정립 필요 = 할리우드 영화배우들의 IT사랑은 오래된 얘기다. 배우 애슈턴 커쳐는 레노버와 ‘요가 태블릿’ 개발에 참여했으며 록밴드 린킨 파크(Linkin Park)의 멤버들은 함께 투자사를 설립해 신규 모바일 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회사를 창업,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조셉 고든 래빗으로 지난 10여년 간 히트레코드를 운영하면서 그는 인터넷과 소셜, 빅데이터 등 IT기술에 대해 자기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접근 방법을 보여줘 주목받았다.
조셉 고든 래빗이 PTC가 7일부터 9일까지(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라이브웍스(LiveWorx) 2016’ 행사에 연사로 등장했다.
그는 “인터넷의 긍정적 요소로 부각되던 집단(Crowd), 자유 문화(Free Culture), 소셜(Socializing)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 모두 인터넷을 좋아한다. 물론 인터넷이 우리에게 준 혜택도 많고, 인터넷을 활용해서 좋은 일도 많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엔 오히려 인터넷이 우리가 함께 모여서 같이 무언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오히려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인터넷을 이루는 3개의 기둥인 대중(The Crowd), 자유문화. 소셜라이징이 많은 긍정적 요소를 부여했지만 점차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라우드의 경우 최근 빅데이터 중심의 크라우드가 활성화되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를 컴퓨터 프로그램이 분석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창의성이 빠져 있다는 것.
◆빅데이터, 결국 사람의 선택 필요 = 빅데이터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을 밝혔다. 그는 “빅데이터가 숫자를 기반으로 인식하는 것은 어느 정도까지는 유용하다. 예를 들어,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나오는데, 그 중 고품질 데이터를 찾는다고 할 때, 사람들이 ‘좋아요’ 버튼을 많이 누른 자료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것이 고품질 자료를 찾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결국 사람의 힘을 빌렸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히트레코드의 경우 일정 시간에 걸쳐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 전문가에게 ‘레지던트 큐레이터(Resident Curator)’라는 타이틀을 붙여주어, 자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고품질 자료 선택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인터넷의 자유로운 문화는 교육에서 음악까지 무료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역량을 제한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구글이 공짜로 문화를 제공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트랜잭션 사이사이에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광고가 그 일례다. 문화 자산으로 얻은 수익은 결국 해당 자산의 지재권 소유자가 아니라 구글과 같은 대형 IT 기업에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음악가, 저널리스트, 작가 등등 긴 시간 동안 투자하고 기술을 쌓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정직하게 일해서 삶을 꾸려나갈 수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것. 개인이 시간과 노력을 써도 결국 대형 IT 기업이 돈을 버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페이스북, 트위터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당연히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런 플랫폼은 스크롤이 빠르게 이뤄지고 많아질수록 광고에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하나의 게시물에 관심을 두는 시간이 짧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연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정당보상, 협력이 인터넷 이끌어야 = 조셉 고든 래빗은 인터넷의 3가지 장점이 긍정적인 요소인 것은 맞지만 협업적 창의성(Collaborative creativity)의 측면에서, ▲공동체(Community) ▲정당한 보상(Fair Compensation) ▲협력(Collaborating)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히트레코드 운영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제시된 이 3가지 대안은 그대로 히트레코드 운영에도 적용된다.
히트레코드에 있어서 커뮤니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커뮤니티의 힘은, 멤버의 수가 아니라 멤버 각각의 기여와 상호작용의 질에 달려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가끔 누가 우리를 ‘crowd source production company’라고 부르는데, 나는 우리가 ‘community source production company’라고 생각한다. 큰 차이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의 우리의 커뮤니티를 크라우드라고 부르는 것이 무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단순한 군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보다는 목적성과 유대관계를 갖는 커뮤니티가 긍정적이라는 해석이다.
정당한 보상에 대해 그는 “누군가의 노동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려운 부분은, 누가 얼마만큼의 보상을 받아야 하냐는 것이다. 우리는, 기여한 부분이 있는 사람을 모두 목록으로 만들고 각 멤버의 기여도를 의논을 통해 결정한다. 그 후 결정 내용을 공개적으로 포스팅한다. 해당 작품 관계자들은 그 사항에 동의하거나 반대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목록에 추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협력의 경우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나아가는 것’으로 정의된다. 히트레코드에서 생성된 창작 프로젝트의 경우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프로세스별로 과제에 작가(writer),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 애니매이터(animator) 등 여러 사람이 기여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각 과제에는 데드라인 있어서, 일정에 맞춰 진행 할 수 있다. 각 과제가 클로징 될 때마다 프로젝트 진척 상황표의 %가 올라간다.
조셉 고든 래빗은 “서로 함께 준비했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을 가지게 될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한 멤버들과의 동지애를 갖게 된다. 이 모두가 협업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라며 “준비된 프로젝트는 시장으로 내보내진다. 이때가 바로 기여자가 보상을 받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러한 인터넷에 대한 히트레코드의 관점이 그들 자신에게만 적용된다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그는 “영화를 예시로 보여줬지만, 꼭 예술일 필요는 없다. 일반 과학 관련분야는 물론 정부와 소통하는 방식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물론 전제는 온라인 문화도 더욱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터넷은 점점 더 많은 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다. 단순한 연결 행위가 아니라 우리가 협업하지 않았다면 불가능 했을 것들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인터넷으로 우리가 인간으로써 어떤 역량을 가지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을 맺었다.
<(미국=보스턴)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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