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장통 겪은 MEMS 시장, 전후방 산업에 큰 영향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는 반도체 제조 공정을 응용해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초미세 기계부품과 전자회로를 동시 집적하는 기술이다. 응용 분야가 상당히 넓어 기계, 전자, 이동통신, 의료, 화학 등 다양한 곳에 적용되고 있으며 기존 산업뿐 아니라 스마트 기기를 넘어 사물인터넷(IoT) 등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MEMS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지난 1970년대 반도체 실리콘 기판에서 센서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에는 기계를 만드는데 필요한 톱니바퀴, 밸브, 펌프가 등장했고 이후 마이크로 집게나 모터 등도 제작이 가능해졌다. MEMS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된 제품을 꼽자면 재미있게도 자동차, 잉크젯 프린터, 프로젝터, TV, 콘솔 게임기 컨트롤러 등이 있다. 자동차에는 에어백 센서에 주로 사용되며 잉크젯 프린터는 잉크 카트리지 헤드를 만들 때 MEMS가 적용된다. 에어백 센서는 자동차가 충돌했을 때 나타나는 속도와 충격을 감지해 에어백을 작동시키며 잉크 카트리지 헤드는 잉크 방울을 미세하게 뿌려주는 역할을 한다.

콘솔 게임기 컨트롤러에는 미세한 동작이나 기울기, 방향 변화를 읽어낼 수 있어 시시각각 변하는 게임 상황에 알맞게 적용된다. 프로젝터나 TV에 주로 쓰이는 DMD도 대표적으로 MEMS가 적용된 사례다. DMD는 ‘Digital Micro Mirror Device’의 약어로 DLP(Digital Light Processing)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DMD 내부에는 빛의 3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을 표시해주는 장치가 내장되어 있으며 작은 크기의 거울이 회전하면서 화면을 만들어낸다. DMD가 적용된 프로젝터는 액정표시장치(LCD)를 이용한 제품에 비해 크기가 훨씬 작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다.

MEMS는 입체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는 3차원 구조물이다 .따라서 반도체를 만들 때처럼 실리콘웨이퍼 위에 빛에 반응하는 감광제를 바른 다음 회로도가 그려진 필름을 덧씌우고 자외선을 쪼이는 과정은 동일하지만 두께가 두껍고 화학용액이나 가스를 이용해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야 하는 등 과정이 더 복잡하다. 더구나 크기가 너무 작아 눈에 보이는 일반적인 크기를 가지고 있는 기기와 물리적 특성이 다르다. 예컨대 휴대폰을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배터리는 그저 본체에 장착하고 내부에 마련된 케이블로 전력을 공급받지만 MEMS는 표면장력, 마찰력이 더 큰 변수다. 크기 문제로 인해 배터리나 케이블 장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체가 가지고 있는 정전기의 양인 전하가 서로 당기는 힘인 정전기력과 표면장력을 이용해 전류를 발생시켜야 전력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마치 양자컴퓨터에 사용하는 양자가 크기가 너무 작아 일반적인 물리 법칙이 통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양자와 같이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나 원자보다도 더 작은 크기를 가진 세계에서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태가 바뀌게 된다.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절반 차지
MEMS는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산업으로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MEMS 센서 시장은 애플 공급사로 이름을 올리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매출을 크게 좌우한다. 보쉬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가속도 센서를 애플에 공급하며 2013년 MEMS 시장에서 1위 자리에 올랐다. 보쉬는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6 시리즈의 압력센서를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는 1위 자리를 지키고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각 업체별로 강한 분야가 있지만 아무래도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무선)와 전통적인 자동차(오토모티브)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업체가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쉬의 선전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보쉬가 주력하는 시장은 자동차용 MEMS 센서다. 전체 MEMS 매출에서 차량용 센서의 비중은 74%에 이른다. 다만 지난 2년 동안의 매출 성장세는 스마트 기기가 이끌었다. 보쉬의 자회사인 보쉬센서텍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가속도 센서 판매를 크게 늘렸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가속도 센서를 공급했다. 보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탑재되는 압력 센서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더불어 가속도 및 자이로스코프를 통합한 6축 센서를 양산, 소니, 삼성전자, HTC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3년 3위에 올랐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2014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ST마이크로는 소비자 가전과 함께 전통적인 업계 강자이지만 2012년 정점을 찍은 이후 보쉬와 TI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성장세를 보였던 점에서 약세를 나타냈다. 반대로 말하면 자동차 시장에서 그리 재미를 못 봤다고 봐야 한다. 스마트 기기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ST마이크로 입장에서는 IoT와 같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 프린터와 카메라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던 HP와 캐논의 매출 하락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 기기에 밀려 계속해서 시장규모가 쪼그라드는 대표적인 제품이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로는 놀즈, 프리스케일, 인벤센스가 눈에 띈다. 놀즈는 MEMS 마이크를 주력 제품으로 삼는 업체로 2012~2013년 매출 성장세는 47.8%에 달했다. 하지만 2013~2014년 매출 성장세의 경우 6.2% 역성장으로 고전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생산 공장에 피해를 봤던 프리스케일은 미국 텍사스 공장으로 센서 생산처를 옮기면서 지난해 차량 에어백 및 타이어 압력 모니터링 센서 분야에서 매출이 성장했다. 인벤센스는 삼성전자 및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MEMS 센서를 공급하며 2013~2014년 매출 성장세가 34.7%에 달했다. 같은 기간 동안 역성장을 기록하지 않은 업체는 보쉬, TI, 아바고, 코보, 인벤센스, 프리스케일이다. 모두 적게는 10%대에서 많게는 30%대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급변하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성장 동력으로 고성장할 듯
최근 MEMS의 주요 트렌드는 소형화와 통합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소비자가전 및 스마트 기기에 사용되는 MEMS 콤보 센서의 2전 세계 매출은 2013년 4억4300만달러에서 2014년에는 37% 증가한 6억82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바 있다. MEMS 콤보 센서는 2012년 417%, 지난해 94%의 초고속 매출 성장세를 구가해왔다. 이 시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23% 성장해 2017년 매출 규모 10억달러를 상회할 것이라고 IHS는 관측했다. 콤보 센서는 가속도계, 자이로스코프, 나침반 및 압력 센서 등 2개 이상의 센서가 하나로 결합된 상품을 일컫는다. MEMS 모션 센서 시장에서 콤보 센서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매출 기준 2011년 3%에 불과했지만, 2012년 13%, 2013년에는 25%, 2014년 33%, 올해는 50% 비중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새롭게 떠오르는 MEMS 시장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통적으로는 자이로스코프, 가속도, 지자기 등 모션센서와 온습도, 화학, 적외선, 가스 등을 탐지하는 환경센서, 마이크로폰 등 소리를 감지하는 음향센서 등이 있다. 여기에 2010년을 전후로 타이밍소자, 자동초점(AF) 및 줌 액추에이터, 스위치&저항기, 에너지 스캐빈저 등이 새롭게 등장했다. 일부 애플리케이션은 2014~2019년까지 성장률이 100%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발진기로 불리는 타이밍소자만 해도 그렇다. 발진기는 전자제품에 반드시 쓰이는 필수 부품 가운데 하나로 기준 클록을 만들어주는 능동소자다. 주요 반도체는 반드시 발진기가 있어야 작동한다. 이제까지 발진기는 거의 대부분 수정(쿼츠)을 이용해 만들었다. 이 시장은 교세라, 엡손 등 일본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수정 발진기는 시간과 비용이 무척 많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인공적으로 수정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구 내부에서 고온, 고압으로 오랜 시간동안 만들어진 천연 수정과 달리 인공 수정은 3개월이면 충분하며 이때 사용하는 것이 ‘오토크레이브’다.

오토크레이브는 인공 수정이 만들어지는 일종의 커다란 용기로 엄청난 압력과 온도를 견뎌야 한다. 이 오토크레이브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도 일본제강소가 유일하다. 엡손, 교세라 등 일본 업체가 수정 발진기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현재 수정 발진기는 스마트 기기의 성능과 휴대성을 높이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크기를 지금보다 작게 만들기가 어렵고 내구성을 높이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어서다. 또한 전력소비량을 줄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MEMS 타이밍 소자(공진기, 발진기, 클록 생성기)를 이용할 경우 이런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 무엇보다 MEMS 타이밍 소자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속도로 제품을 시장에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수정 발진기는 말 그대로 수정을 연마하고 다듬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MEMS 타이밍 소자는 72시간이면 샘플 공급이 가능하다. 수율도 MEMS 타이밍 소자가 99%에 달하는 반면 수정 발진기는 높아야 85%에 불과하다.

IoT도 MEMS 시장규모를 확대시키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MEMS 센서·엑추에이터 시장이 2014년 기준으로 80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MEMS 반도체 시장은 경쟁 심화로 최근 성장통을 겪었다. 매출 기준 2012년 1% 역성장을 했고 2013년에도 의미 있는 성장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연평균 11.7%씩 성장해 2018년에는 12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IC인사이츠는 예측했다. 출하량의 경우 연평균 14%씩 성장, 2018년에는 93억개 규모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IC인사이츠는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비롯 IoT 트렌드가 본격화되면 MEMS 센서 출하량도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자동차 등 전통적 MEMS 수요처 외에도 가전, 휴대 테스트 장비, 홈오토메이션, 공장 자동화 장비, 개인 의료 기기 등이 신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비교적 고가의 제품이 탑재되기 때문에 매출액 면에서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IC인사이츠는 설명했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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