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료방송 대형 M&A 가능성 여전…바이어·셀러 누가될까

채수웅

[긴급진단-③] 격랑의 유료방송 시장, 어디로 가나

SK텔레콤-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며 유료방송 시장의 시계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현재의 유료방송 시장은 태풍전의 고요함이다. 매각이 무산된 케이블TV 업계 1위 CJ헬로비전의 향후 행보부터 케이블TV 업계의 공동대응 여부, 성장정체기에 접어드는 IPTV가 어떤 전략으로 나서느냐에 따라 유료방송 시장은 SK-CJ간 결합 못지않은 더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데일리>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 이후 유료방송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이 무산된 가운데 향후 방송시장을 흔들만한 대형 M&A가 나타날 수 있을까?

CJ헬로비전이 원위치로 돌아오면서 오히려 더 다양한 M&A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비록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에 매각 결정을 내렸었지만 여러 방안에 대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지 당장 유료방송 사업 자체가 적자가 나거나 매각 이외에 돌파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단 통신사가 인수 주체가 되는 M&A는 당분간 나타나기 힘들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동통신 1위와 케이블TV 1위 이외의 결합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겨놓았지만 빠른 시일내 SK텔레콤이 다른 복수종합유선방송(MSO)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합방송법 제정 및 시장점유율합산규제 일몰 등 M&A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지고 시장재편에 대한 당위성이 높아지는 시점에는 가능할 수 있다.

물론, 언제든 매각할 수 있는 딜라이브를 인수할 수도 있지만 SK텔레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점유율 확대만은 아니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존재했고, 가입자 및 콘텐츠에 대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에 CJ와 빅딜이 성사될 수 있었다.

KT는 당장 합산점유율 규제 때문에 바이어로 나서기가 어렵다. LG유플러스가 인수 주체로 나설 가능성은 있다. 깊지는 않지만 현대HCN 인수 논의가 잠깐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당장 LG유플러스에 필요한 것은 이동통신 점유율이지 방송 점유율은 아니다. 인수비용도 수천억원으로 부담스럽다. LG역시 그룹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지만 대형 MSO 인수결정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실제 대형 M&A를 추진할 수 있는 곳은 CJ헬로비전이나 티브로드 정도로 압축된다. 특히, 매각이 무산된 CJ헬로비전이 향후 방송업계 M&A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CJ그룹은 ‘플랫폼 BIG PICTURE 전략 보고서’를 통해 그룹내 방송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에 대한 미래전략을 수립했다. 최종 결론은 플랫폼을 매각하고 콘텐츠를 키우는 것으로 났지만 이 전략이 무산된 만큼 자체 플랫폼을 육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과의 빅딜을 관철시키기는 했지만 BIG PICTURE 보고서에서 매각이나 제4이동통신 추진 등 보다 더 비중이 높았던 전략은 사실 자체 턴어라운드 달성, 즉 MSO 사업 강화였다. 정부의 결합상품 규제 관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지만 MSO 플랫폼을 강화해 2020년까지 통신사와 동등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자체 플랫폼 강화의 핵심은 M&A다. CJ그룹은 M&A를 통해 3단계 성장방안을 수립하기도 했다. 1단계로 대형 MSO 합병을 추진해 방송가입자를 점유율 25% 수준인 720만까지 확보하고 2단계로 SO 추가 인수 및 네트워크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합병법인에 1조원 이상의 망 투자를 진행하고 향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SO 추가 인수 및 유선경쟁력 열위로 가치가 하락한 LG유플러스까지 인수한다는 그림을 그린 바 있다. 이를 통해 2020년 방송가입자 900만을 달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 CJ는 티브로드와 딜라이브 인수 방안을 검토하고 적정 가치를 산출하기도 했다. ‘에비타 배수(EBITDA Multiple)’ 3.9배 및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반영할 경우 티브로드와 딜라이브의 적정 인수가는 약 1.2조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가입자당 가치로 환산하면 티브로드는 36만원, 딜라이브는 51만원 수준이다. 딜라이브가 수도권, 디지털가입자가 많기 때문으로 높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에 비하면 결코 높지 않은 수치다. 과거 딜라이브나 큐릭스 등 대형 MSO의 인수가격은 가입자당 100만원 이상이었고 중소 SO도 50~60만원 수준이었다.

과거에 비해 가치가 내려갔기는 하지만 1조원 수준의 자금마련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CJ는 경영권확보를 전제로 주식교환 등 현금투입 최소화를 위한 거래구조가 필요한 것으로 보았다. 인수합병을 통해 KT진영과 유료방송 업계 2강 구도를 정립하고 SO 진영의 빅브라더 역할을 통해 결합상품 규제 등에도 대응하는 것이 CJ의 플랫폼 전략이었다.

물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데다 SO의 가치하락을 전제한 전략인 만큼 성공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플랫폼 매각이 쉽지 않다면 반대로 셀러에서 바이어로 충분히 전환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CJ그룹이 다시 CJ헬로비전 재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 대상은 통신사, MSO 모두 포함된다. 경쟁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역에서의 독과점을 문제삼았지만 유료방송 시장은 지역에서 전국으로 변화하고 있다. 방송업계에서는 향후 SK텔레콤과의 빅딜이 다시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CJ 이외에 태광이 바이어로 나설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티브로드 역시 유무선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생존에 대한 고민이 깊다. 경영권 문제만 원만하게 해결된다면 주식교환 등을 통한 빅딜 역시 가능하다.

물론, 빅딜은 CJ헬로비전이나 티브로드 차원에서 결정될 문제는 아니다. 한차례 M&A 실패를 맛본 CJ에게는 다양한 전략이 존재하지만 티브로드는 그렇지 않아 보인다. 적극적인 M&A 보다는 범케이블TV 연합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결국, 향후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M&A 이슈도 CJ그룹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CJ가 바이어로도 셀러 역할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면 유료방송 시장 역시 조용할 것이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는 생존차원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거나 매각에 나서야 하는 갈림길에 서있다. CJ를 중심으로 케이블TV 업계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유료방송 시장도 출렁거릴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