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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사 고객 대환영’…통신시장에 밀려드는 개방 물결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 개방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특정 통신사의 서비스를 타 통신사 고객이 이용할 수 없었다.

자사 고객에게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해 서비스 해지를 막고 경쟁사 고객을 빼오는 마케팅 도구로 활용돼왔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려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LTE로 상향평준화 되면서 경쟁사 대비 특화된 서비스는 꼭 필요했다.

통화 정보 서비스를 비롯해 내비게이션, 클라우드 서비스들은 경쟁사와 차별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몇안되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타사 고객에게는 유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막아놨던 빗장을 경쟁적으로 풀고 있다.

최근 서비스 개방에 가장 적극적인 통신사는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T전화, 올해 7월 T맵을 개방한 데 이어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타사 가입자에게 개방했다. SK텔레콤은 어린이 안심서비스도 플랫폼화해 개방한 바 있다.

개방된 서비스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바로 T맵이다. T맵은 경쟁사 대비 확실하게 우위를 점한 서비스다. 치열한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경쟁에서 T맵은 경쟁사와 차별되는 킬러콘텐츠였다. KT와 LG유플러스가 이런저런 내비게이션으로 대응했지만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양사가 공동으로 아이나비와 손잡고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T맵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유저들은 T맵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SK텔레콤은 회사의 큰 전략인 플랫폼 사업자로의 도약을 위해 과감히 T맵을 개방했다. 타사 가입자까지 이용하게 해 생활가치/IoT플랫폼 및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전기차 사업 등 잠재적 미래성장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개방한지 일주일만에 KT LG유플러스 이용자 43만명이 T맵을 선택했다.

T맵과 함께 통신3사는 경쟁적으로 주소록과 연계한 생활정보 제공 서비스를 개방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KT가 돋보인다. KT 자회사인 KTCS가 선보인 통화 앱 '후후'는 누적다운로드 2000만건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KT가 보유한 114 등록번호 및 스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다. 자사 고객에게만 제공했으면 나름 상당한 킬러 서비스가 될 수 있었겠지만 점유율 30%가 아닌 전체를 겨냥했고 지금은 '후후' 사업을 키우기 위해 독립법인인 '후후앤컴퍼니'를 출범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자사 고객만을 위한 특화 서비스가 독립 법인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사례였다.

이밖에 통신3사는 모바일IPTV, 클라우드 서비스 등도 경쟁사 고객에게 문을 열었다. 자사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국한시키는 것보다 문호를 개방해 콘텐츠 매출을 올리는 것이 회사에 더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개방해 경쟁하다보니 콘텐츠에 투자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방송시장 생태계 측면에서도 도움이 됐다.

해지방어보다 개방을 통한 서비스 확장, 생태계 구축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만약 SK텔레콤이 T맵을 개방하지 않았다면 SK텔레콤 고객의 만족도는 높아질 수 있겠지만 제한된 가입자 기반 때문에 다양한 신규사업에서 성공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개방하지 않으면 자사 가입자는 지킬 수 있지만 새로운 사업기회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을 열었다고 경쟁사 고객이 손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통신사들의 연이은 핵심서비스 개방전략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로 이어질 수 있을지, 변화된 경쟁환경에서 어떤 통신사가 승기를 잡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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