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네 번의 지도 반출 시도…민낯 드러낸 구글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가 9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8년에 처음 얘기가 오갔고 2011년, 2014년에도 지도 반출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2014년엔 지도 반출 신청 자체가 반려됐다. 때문에 구글이 우리 정부에 공식적으로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신청하고 행정적 절차를 거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구글 입장에선 의미 있는 단계까지 나간 것이다.
그러나 곧 난관에 부딪힌다. 앞선 세 번의 지도 반출 움직임은 업계 내 이슈에 그쳤지만 네 번째 시도에선 그야말로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사이 구글이 전 세계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는 초거대 기업이 됐기 때문이다. 구글의 일거수일투족엔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지도 데이터 국외반출협의체 회의는 2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협의체 간사 역할을 맡은 국토지리정보원은 반출 허용 여부 공식 발표를 오후 6시께로 예상했다.
◆국회 토론회서 드러난 구글의 민낯=지난 8일 국회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구글의 권범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지도반출이 늦어질수록 세계적 혁신의 흐름에 뒤처지는 게 아닌가 저희로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해 역풍을 맞았다.
토론회장에선 오만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구글을 따라야만 혁신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시혜적이고 구글 중심적 생각”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권 매니저는 또 구글의 시장 진입을 예상한 공간정보 산업계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잇따르자 “너무 피해자 코스프레(피해자인 척)하는 것 아니냐”라고 감정 섞인 발언을 했다. 이 역시 반감을 불러왔다. 현장에서 ‘사과 받고 싶다’는 패널의 요청이 있었으나 권 매니저는 반응하지 않았다.
문제는 구글이 토론회장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권 매니저는 토론회에서 스트리트뷰 무단 정보수집과 관련해 ‘구글이 심각성을 인지해 먼저 공개’했고 ‘개인정보는 실수로 수집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나 구글 공식블로그와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조사 내용(ddaily.co.kr/news/article.html?no=146358)에 따르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측은 “조사 자체는 함부르크의 정보보호당국에 의해 촉발되었으나 내부에서 모든 것을 재조사한 후, 데이터 수집이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답했다. 권 매니저의 발언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해준 것이다.
◆반출 ‘불허’ 여론 우세=지금까지 여론을 종합하면 지도 데이터 반출 ‘불허’에 무게가 실린다. 국회 토론회에서 8명의 패널 중 6명이 반대 의견을 냈고 국민의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시민단체에서도 반대했다. 인터넷 여론도 반출 불허로 기울어지는 모양새다.
구글은 클라우드 시스템 상 지도 데이터가 국외 서버에 분산 저장되기 때문에 반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이 지도 데이터의 사후관리와 정부의 데이터 통제권을 위해 ‘국내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구글은 서버 설치 없이 국외 반출만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세회피 논란도 불거졌다. 인터넷 여론이 불허 쪽으로 기울게 된 주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선 전 세계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국제적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위한 이른바 구글세 도입을 위한 벱스(BEPS) 프로젝트가 논의 중이다.
국내에선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0일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국내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내용을 담은 법인세법·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구글의 광고수입 등에 대해서는 해당 광고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국가에 고정사업장 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법인세법 내 근거조항 마련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내의 개인(위치)정보 활용을 위해선 관련 사업자 허가 또는 신고가 필요한데 구글 본사가 이를 이행한 바가 없고 유한회사인 구글코리아가 소송 및 행정처분에서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출 불허 시 ‘잃을 것 많은’ 구글=24일 지도 데이터 국외반출을 논의하기 위한 정부 협의체 회의에선 ‘반출 불허’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논란이 불거졌지만 언급한대로 안보와 산업적 관점에서 불허를 외치는 국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독도 등의 지명 표기도 넘어야 할 산이다.
구글은 이번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으로 국내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보다는 ‘구글 스탠다드’를 고집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 여론을 보면 구글에 대한 신뢰와 기업 이미지 등이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 전과 같지 않은 상황이다.
‘지도 데이터를 그냥 내줘선 안 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강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구글의 조세회피 논란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반구글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이번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신청은 구글 입장에서 악재다. 반출 불허 시, 잃을 것이 많은 구글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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