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28일 금융위원회가 '로보어드바이저(RA) 테스트베드 기본 운영방안'을 밝히면서 로봇이 금융자산을 관리해주는 시대가 이제 조금 더 가까워졌다.
은행, 증권업계 등 금융권도 RA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위한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오는 9월1일로 예정된 RA 테스트베드 운영 설명회에서 보다 세부적인 사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RA에 대해 지나친 환상이 넘쳐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RA는 인공지능(AI)이 아니며 기술적으로도 현재 은행, 증권사등이 제공하고 있는 기존 로보어드바이저와 별다른 차별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질적으로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투자자문서비스의 비대면(온라인) 서비스'가 허용됨에 따라 사람이 아닌 RA를 통한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정도일 것이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금융자산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는 '테스트베드 심의를 통과한 로보어드바이저(RA) 알고리즘'인지 여부를 투자자들에게 표시해야한다. 하지만 이 표시가 결코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율을 보장하지 않는다.
◆ ‘라벨효과’... 테스트베드 통과한 RA의 위력은? = 올 하반기중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람을 대신할 RA의 역할이 법적으로 규정되면, RA를 통한 독자적인 대고객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RA는 어디까지나 투자자문서비스에 있어서 '보조적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만약 RA 알고리즘이 테스트베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거나 또는 테스트베드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RA서비스는 가능하다. 다만 '테스트베드 심의를 통과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객에게 반드시 공지해야한다. 따라서 RA의 테스트베드 심의 통과여부가 고객에게 어떤 신뢰를 가져다 줄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그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다.
금융 당국도 테스트베드 심의를 통과한 RA가 수익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테스트베드 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도 알고리즘의 투자자 성향별 포트폴리오 산출역량, 알고리즘의 안정성, 해킹및 전산의 안정성 확보 여부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금융 당국의 비대면 RA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시장에선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예를들어 테스트베드 심의를 통과한 RA를 '수익률 좋은 RA'로 둔갑시켜 마케팅에 나설 경우,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RA는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으며, 손실을 볼 수 있고, 그 책임은 역시 투자자가 진다'는 것을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도 금융 당국의 몫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테스트베드 심사를 통과한 RA가 수익율이 낮다는 인식이 커지면 반대로 테스트베드를 통과하지않은 고위험 고수익을 내걸은 RA를 선택하는 투자자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이되면 RA를 도입한 금융 당국의 정책적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RA는 인공지능(AI)이 아니다 = 지난 2월 '알파고 쇼크'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환상이 지배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인공지능이 앞으로 금융자산관리서비스를 해준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이는 지나치게 과도한 해석이다.
RA는 인공지능이 아니다. 무엇보다 RA는 '스스로의 경험을 기반으로 논리를 진화시키는 인공지능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단순히 펀드, 파생결합증권, 주식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산출, 운용해주는 프로그램에 불과하다.
오히려 스스로 진화해서 기존의 알고리즘을 바꿀정도로 인공지능에 가깝다면 이 알고리즘은 테스트베드 심사를 다시 받아야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당초 테스트베드 심사를 받았을 당시의 알고리즘 요건에서 벗어났을 수 있기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금융 당국이 정의하는 RA는 단순하다. '투자자가 큰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자산관리서비스가 가능한 안정적이면서 표준화된 자산관리 프로그램'이다.
이와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자산관리 전문인력이 제시하는 자산 포트폴리오의 평균치를 프로그래밍해서 일반 소액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RA를 도입한 정책적 취지도 '소액 투자자들이 저렴한 수수료로 양질의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굳이 표현하자면, RA는 일반인들이 마트에서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표준화된 레시피로 포장된 식재료이고, 법인및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자산관리서비스는 전담 세프가 따로 붙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구분지을 수 있다.
◆로봇이 제시공하는 자산관리서비스, 분쟁 발생한다면? = RA 알고리즘이 오류를 일으키거나 아니면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범위 이상으로 손실을 발생하게 할 경우 등 운영과정에서 투자자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
고객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않은 기존 금융권의 '불완전판매'와는 상황이 다르지만 RA의 성능을 놓고 투자자와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법적 분쟁의 당사자는 누가 되는지가 관심사인데, 금융위는 "RA에 문제가 있다면 일단 금융회사가 책임을 지게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RA 알고리즘의 지적재산권, 특허권 인정여부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테스트베드 심사과정에서는 이 문제는 별도로 논의되지 않으며, 소관 업무의 범위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와함께 금융위는 RA를 운영하기위한 전문인력 1인을 두도록했는데, 구체적인 자격요건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RA가 금융권 고용불안을 초래한다? 금융위 "아직은 기우" = 한편 사람을 대신할 RA의 출현으로 향후 금융권의 고용불안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는 근거없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당장 고용을 불안하게 할 것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에서 전통적인 자산관리서비스는 대부분 법인,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RA는 그동안 자산관리서비스를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소액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때문에 기존 자산관리 전문인력들의 고용이 불안해지거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으로 국내 170개사의 투자자문사의 자문 수탁고는 13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개인대상 자문 수탁금액은 40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고 나머지는 법인투자자가 보유한 자금에 대한 주식, 채권 중심의 운용자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