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하이테크, 디지털 경험 만족도 가장 높아”…SAP 조사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확산에 따라 디지털 경험(DX)은 기업들의 브랜드 인지도나 매출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내 기업들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과 공공부문이 가장 취약했으며, 상대적으로 자동차와 하이테크 분야의 디지털 경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경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해 궁극적으로 개인의 기호에 맞는 편리하고 간편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어내고 곧 매출과 직결된다.
30일 양재동 스포타임에서 개최된 SAP 디지털 경험보고서(DXR)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는 “개인화와 반응성, 감성 등 기능적인 요소와 감성적 요소를 잘 조합한 디지털 경험 설계가 필요하다”며 “한국 기업들 역시 이 세 개 축을 어떻게 잘 조합하느냐에 따라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SAP코리아는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 10개국의 분야별 700여 대표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경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에선 7개 산업 부문의 37개 브랜드(응답자는 3000명)가 참여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마이너스 12점을 기록, 75%에 달하는 소비자가 디지털 경험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25%의 소비자가 만족한 셈이다. 이는 아태지역 전체 평균인 35%에 미치지 못한 것이며, 필리핀(54%), 말레이시아(43%)보다도 떨어진다. 디지털 경험이 불만족스럽다고 평가한 소비자는 전체의 37%였으며, 디지털 경험 만족 지수가 플러스로 나온 국내 브랜드는 전체 37개 중 9개에 그쳤다.
산업 부문별로는 하이테크, 자동차, 은행, 유틸리티, 통신, ISP, 소비재 유통업, 정부 총 7개의 산업 부문 중에서 하이테크와 자동차 산업만이 만족도가 긍정적인 점수를 보였다. 반면 은행이나 통신, 공공 등은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특히 SAP 측은 이번 조사를 통해 디지털 경험 만족도와 비즈니스 성과의 높은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AP코리아 박범순 파트너는 “‘해당 브랜드를 계속 이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디지털 경험에 만족한 소비자의 56%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불만족한 소비자는 6%만이 ‘그렇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이는 곧 디지털 경험 만족도에 따라 고객 충성도가 9배에 달하는 차이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비자의 각 브랜드에 대한 추천의향을 나타내는 순수고객추천지수(NPS)에서도 만족한 소비자(46%)와 불만족한 소비자(-74%)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다. 디지털 경험에 만족하는 소비자일수록 해당 브랜드에 다양한 유형의 개인 정보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SAP는 현재 디지털 경험을 가장 잘 제공하는 업체로 버버리와 언더아마, 아식스 등을 꼽았다. 버버리의 경우, 오프라인에서와 동일하게 온라인에서도 고급스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뉴 디지털’을 표방해 구글 검색 경로와 구매 행태 등을 파악하고 고객 성향에 맞춘 제품 추천을 시작했다. 그 결과 2012년에 온라인 매출이 60%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스포츠용품 회사인 언더아머 역시 온·오프라인에 상관없이 다각도의 고객 프로파일링을 통해 개인화된 디지털 경험을 제공, 나이키와 아디다스와 같은 상위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오는 결과를 만들었다.
아식스의 경우 ‘풋(Foot) ID’라는 것을 만들어 성공을 거둔 사례다. 고객의 발모양과 걷거나 뛰는 행위 등을 파악하고 이 정보를 디지털로 연결시켜 개인별로 적합한 상품 추천 등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풋ID를 기반으로 한 ‘마이 아식스’ 앱을 통해 고객의 행동을 추적하고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식스 제품으로 갈아탄 고객은 27% 늘었으며 매출도 11% 증가했다. 현재 아식스는 제휴 파트너 등 써드파이 기업으로의 디지털 정보 통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SAP코리아 문준식 파트너는 “디지털 경험의 특징은 소비자들이 기업과 더 빈번하게 소통하며, 스스로 평가하고 선택하며, 추적 가능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남긴다는 점”이라며 “디지털의 물결을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이 파도를 즐길지 혹은 희생자가 될지는 기업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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