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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IT기업 R&D센터의 생존 방법?…"기술 수익모델 고려해야"

이상일

에스넷시스템 장병강 전무
에스넷시스템 장병강 전무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연구개발(R&D)은 모든 기업에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IT기업에 있어서 생존을 가늠하는 주요한 요소 중 하나다.

다만 R&D에는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중소・중견 IT업체에게 R&D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으며 그 결과는 빠르게 나타난다는 부담이 있다.

또 대기업에 비해 전문 인력을 꾸준히 투입하기 쉽지 않은 중소기업의 R&D 센터의 경우 전통적인 연구위주의 R&D 조직을 끌고 가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연구와 수익에 대한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면 중소중견 IT업체에 있어서 R&D는 ‘사업 조력자(Business enabler)’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기대할 수도 있다.

‘오감연구센터’라는 흥미로운 이름의 R&D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에스넷시스템 장병강 전무는 이에 대해 “우리는 연구센터지만 사업부라는 명칭이 존재한다”며 “수익모델에 대한 전반적인 컨설팅이 가능한 조직이 중소중견 IT기업 R&D 센터의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네트워크통합(NI)과 시스템통합(SI)을 기반으로 성장한 에스넷시스템은 지난 2015년 SW기반 신사업진출을 목표로 2015년 사물인터넷사업부, 차세대통신연구소, 클라우드서비스사업팀 등 3개 부서로 구성된 오감연구센터를 개설했다. 센터장을 맡은 장병강 상무는 삼성자동차 전략정보팀, 삼성SDS,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등에서 IT기술과 전략을 맡아온 전문가다.

그런 그가 R&D센터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연구는 바로 사업화와 연계되는 분야다. 일례로 오감연구센터는 ‘스마트 가로등’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장 전무는 “스마트시티에 필수적인 것이 통신 허브인 ‘게이트웨이’다. 이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우리는 가로등에서 기회를 찾았다”며 “가로등에 CCTV와 환경센서 등 다양한 기기가 장착되고 있지만 모두 개별 시스템에서 돌아간다. 이를 통합하면 편의성은 물론 데이터 활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R&D센터는 직접 가로등 업체들을 찾아다니면 협력을 타진하기도 했다. 이미 부산시 해운대에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기도 했으며 싱가포르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사업화 가능성을 봤다는 설명이다. 장 전무는 “스마트 가로등과 관련해 전봇대를 만드는 업체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이미 전봇대에 센서를 부착하고 이를 데이터화해 수집하고자 하는 요구가 있었다. 다만 이를 실행해 줄 수 있는 업체들에 대한 정보부재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제조업체들조차 IT에 대한 요구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중소중견 IT업체의 R&D센터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는 것이 장병강 전무의 생각이다. 그는 “솔루션 회사가 돈을 못 버는 것은 솔루션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 비즈니스는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고 있다. 연구개발도 이러한 관점에서 전체를 봐야 한다”고 전했다.

실내 측위 시장도 R&D센터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그는 “구글이 실외 측위시장은 평정했다. 그런 구글이 실내를 놓칠 리 없다”며 “위치측위와 관련해 구글이 주목하는 회사가 되도록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에스넷시스템은 통신기술 관련 연구개발 전문 인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관련 네트워크 엔지니어는 물론 기획 능력과 소싱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장 전무의 생각이다.

이러한 역량이 발현된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실내 위치측위 시장이다. 다만 장 전무는 여전히 IT하나만 가지고 시장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컨설팅과 비즈니스 모델을 같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형 쇼핑몰의 경우 실내 측위를 위한 장비만 도입한다고 하면 1억 남짓한 사업이 될 것이다. 위치측위가 매출을 일으키려면 빅데이터와 결합한 사업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우선 테마파크와 관련한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모 테마파크 사업 관련 ISP사업도 수행했다. 우선 우리가 유통하는 라우터를 판매하고 공간정보 관련 업체와 협력해 위치 기반 사업 모델을 제시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물인터넷과 관련한 연구과제 수행도 이어지고 있다. 오감연구센터는 서울대학교와 함께 미래부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중 하나인 지그비와 관련된 것이다. 장 전무는 “지그비가 시장을 확대하는데 실패한 이유가 전파 간섭문제”였다며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칩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3월이면 샘플이 나온다. 지그비를 어디에 활용해 수익을 낼지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R&D센터는 기술을 개발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데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기술만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기술만을 보지는 않는다, 기술 기반 서비스 모델이 나오느냐를 판단한다. 서비스 모델을 그려내는 능력은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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