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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역습… '캐릭터' 앞세워 인터넷 콘텐츠시장 위협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은행권이 ‘모바일 뱅크’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이용한 디지털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핀테크 시대에 맞춰 디지털 뱅킹 서비스 정체성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핀테크 시대의 경쟁력으로 플랫폼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이를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금융회사의 캐릭터가 단순히 보조수단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기존 인터넷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을 정도의 폭발력을 가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풍부한 은행의 고객들에게 캐릭터가 상시 노출될 뿐만 아니라 여기에 간편결제, 메신저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금융 플랫폼이 캐릭터와 융합돼 실제로 서비스되기때문에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캐릭터' 전략, 치밀하게 준비하는 은행들 = 지난 8월, 우리은행은 캐릭터 전문회사 부즈와 라이선싱 대행계약을 체결하고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에 캐릭터 저작권 라이선싱 부수업무 신고를 마쳤으며 대표 캐릭터 위비(꿀벌)에 이어 올해 4월 위비프렌즈 5종 캐릭터 봄봄(나비)·달보(호박벌)·두지(두더지)·바몽(원숭이)·쿠(닭)를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다양한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으로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인형·우산·에코백 등의 생활용품을 비롯해 이모티콘·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으로 상품화할 예정이다. 또 모바일 전용 오픈마켓인 위비마켓에서 위비프렌즈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거나 대고객 사은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 26일 모바일 뱅크 ‘리브(Liiv)’의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국민은행은 10월 12일까지 이모티콘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선착순으로 지급, 조기 소진 시 자동 종료된다고 안내했다.

이에 앞서 IBK기업은행은 지난 1일 추석을 맞아 IBK 추석캐릭터 이모티콘, 배경화면 서비스에 나섰다. 모바일 이모티콘 6종, 모바일 배경화면 4종이다.

이들 은행 모두 자사의 모바일 뱅크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이모티콘으로 제작해 금융고객이 사용하는 메신저에서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모티콘의 경우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지만 메신저 사용자들은 개인의 개성 및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 유료로 제작된 이모티콘을 구매하기도 한다.

이 점을 노리고 은행들은 자사의 독창적인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이모티콘을 제작, 한정판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이모티콘의 희소성과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우리은행은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을 대행할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자격 요건으로 위비프렌즈 캐릭터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 및 마케팅 계획을 통해 라이선시(Licensee) 선정 및 관리, 라이선싱 상품의 홍보 및 유통을 주요 요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은행, 캐릭터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 이처럼 은행이 캐릭터 관리는 물론 상품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디지털 뱅킹 시대에 인터넷 포털, 혹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같은 플랫폼과 은행 뱅킹서비스 플랫폼이 지향하는 지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뱅킹 시대에 지급결제, 송금 및 수취와 같은 뱅킹 서비스는 굳이 스마트폰 뱅킹 앱을 통하지 않고서도 어디서나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미 송금 분야의 ‘토스’, 카드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뱅크 샐러드’ 등 기존 금융사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편리하게 제공하는 ‘앱’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사가 제공하는 ‘앱’이나 ‘웹 서비스’에 고객이 머물러 있는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뱅크 업무 관계자는 “은행의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송금이나 수취가 가능해지면 은행 입장에서는 ‘독’”이라며 “고객의 지점 방문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에서도 우리 플랫폼을 거치지 않게 되면 은행이 다른 서비스에 종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따라서 금융사들은 독자적인 플랫폼 전략 외에도 플랫폼을 구성하는 콘텐츠를 다른 범용 서비스에 연결함으로서 자사의 인지도와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은행권의 이러한 전략은 국내 인터넷 사업자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네이버와 카카오같은 인터넷 사업자들도 자사의 메신저 서비스에 캐릭터를 접목함으로서 독자적인 생태계를 보다 강화하고 있다.

캐릭터 사업을 통해 인터넷 사업자들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로크 인(Rock-In)’을 강화하는 한편 부가 수익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이 ‘위비톡’과 같은 메신저 서비스에 나서는 것처럼 향후 인터넷 사업자와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콘텐츠가 비슷한 유형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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