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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플랫폼 다변화 시대…왜 케이블TV 인가?

채수웅

최종삼 SO협의회장이 원케이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최종삼 SO협의회장이 원케이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올해 방송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요 화두 중 공통분모를 하나 꼽으라면 바로 케이블TV를 들 수 있을 것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을 시작으로 매년 반복되는 지상파 방송사와의 재송신 협상 등 케이블은 분쟁과 논란이 되는 이슈에 늘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에는 모두 달갑지 않은 것들이었다. IPTV 등장 전 황금알을 낳는 거위, 뉴미디어 총아로 불리었던 케이블이지만 지금은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좋은 일에 회자가 돼야 하는데, 낮아진 위상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발표는 업계에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IPTV 등장 이후 가입자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1위의 매각 소식은 케이블TV가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 과정에서 케이블TV는 유례없는 혼란을 겪었다. 이미 매각을 추진 중인 딜라이브(옛 씨앤앰)는 물론 여러 사업자들의 매각검토가 들불처럼 번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케이블이 지나치게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신사에 비해 결합상품 경쟁력이 열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력 상품인 방송은 그렇지 않다는 자신감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위기가 불러온 단합 원케이블 "이번엔 다르다"=CJ헬로비전 매각이 무산으로 돌아간 이후 업계가 내린 결론은 하나로 뭉쳐 통신사와 한 판 경쟁해보자였다.

케이블TV 업계는 이달 5일 주요 복수유선방송사업자(SO)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주제는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무산 후 이어져왔던 '원케이블' 전략의 실체를 공개하기 위해서였다. 78개 권역으로 쪼개져 있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비스와 기술을 통합하고, 협업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아날로그 컷오프에 대한 구체적 종료 시점 설정, ALL-IP 체계 병행, 지역방송 역할 강화 및 공동 브랜드 론칭, 스마트홈, 클라우드 DMC 등에 대한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케이블TV 업계, 정확히는 덩치가 큰 5대 MSO의 투자규모만 2조6000억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지역 SO들을 감안할 때 앞으로 케이블TV의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케이블TV 업계의 협업은 이번 한 번이 아니다. 공통된 이슈가 많다보니 협회를 중심으로 자주 공동의 의견을 개진하고는 한다. 하지만 매번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었다. 사업자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경쟁심리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원케이블'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단순한 경쟁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까지 달려있다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묻어나오고 있다.

최종삼 SO협의회장은 "사업자들이 반드시 지키겠다는 전략 부분만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사업자간 이견은 없다"며 "뭉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에 (대오에서 벗어날 경우) 분명히 패널티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자의 노력…그리고 정책=케이블 사업자들의 분위기는 비장하고 투자에 대한 의지도 내비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TV 업계는 '원케이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수렴했다.

케이블이 어려워진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됐다. 하나는 소위 잘나가던 시절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던 것과, IPTV를 활성화 시키다보니 예전에 강자였던 케이블이 정책적으로 소외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케이블TV의 위기의 근본 원인은 모바일의 부재에서 시작했다. 결합상품 시장으로 경쟁 트렌드가 바뀌었지만 결합할 수 있는 상품 자체가 없었다. 통신사들은 주력 상품인 모바일의 할인보다 인터넷과 방송상품의 할인율을 높였고 방송 수신료의 정상화는 갈수록 멀어졌다. 1년 몇백원에서 많아야 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케이블TV가 수조원 단위의 모바일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모바일 결합판매 제도개선에 목을 멜 수 밖에 없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공정한 시장경쟁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동등결합 판매를 구현하고 과다한 현금 마케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 플랫폼 다변화 시대…왜 케이블인가=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관 전문위원은 "정부가 왜 케이블TV 업계를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명분이 필요하다"며 방송산업에서의 케이블TV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유료방송 산업 활성화에 대한 정책방향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전체적인 산업이기는 하지만 핵심은 역시 케이블 부분이다. 케이블 산업이 몰락하면 결국 방송시장도 통신처럼 3강구도로 형성될 수 밖에 없다. 방송이 근간인 케이블과 통신이 근간인 통신사가 방송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케이블TV 업계가 정부에 정책변화를 주문하는 것 역시 케이블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역성 확보 및 해당 지역에서의 생산 및 고용유발 효과 창출 ▲미디어 시장에서의 경쟁활성화 ▲지역성 구현 ▲아날로그 가입자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리 보호 등을 꼽는다.

한 MSO 사업자 관계자는 "케이블이 고사하게 되면 전체 미디어 시장이 이통사 위주로 재편되고 독과점에 따른 폐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사가 방송시장에 뛰어들때 대규모 콘텐츠 투자를 약속했지만 콘텐츠 생태계에서 통신사가 한일이 뭐가 있느냐"며 "통신사에게 방송은 모바일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끼워팔기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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