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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토론 하랬더니…SKT-LGU+ 원색 비난 ‘눈살’

채수웅

SK텔레콤 이상헌 실장(사진 좌)과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
SK텔레콤 이상헌 실장(사진 좌)과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상호비방 수준의 토론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극적인 단어로 토론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9일 목동 방송회관서 열린 유료방송 발전방안 2차 토론회에서 SK텔레콤의 이상헌 실장과 LG유플러스 박형일 상무가 충돌했다.

토론회 두번째 주제였던 결합상품에서 양사는 동등결합 등 토론회의 주제와는 상관없이 SK텔레콤의 재판매, 위탁판매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선제공격은 LG유플러스와 KT였다. 양사는 토론회가 열리기 전 공동 입장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의 유선 위탁·재판매가 지속되면 동등결합은 유명무실해진다"고 주장했다.

동등결합은 모바일 상품이 없는 케이블TV 사업자가 결합상품 시장에서 통신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모바일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방송상품의 과다할인을 막아 전체 유료방송 산업을 발전시키 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케이블TV 업계는 동등결합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도 일단 제도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할인율, 전산연동, 이동전화 다회선 결합, 판매수수료 등 향후 세부적인 규칙을 정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케이블이 동등결합 상품을 갖춰도 SK텔레콤이 월등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활용해 SK브로드밴드 상품을 위탁·재판매 할 경우 케이블은 현실적으로 결합상품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동등결합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SK텔레콤의 유통망에서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과 IPTV를 대신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양사가 쟁점의 본질에서 벗어나 발목잡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화살은 KT와 LG유플러스로 향했다.

토론회에서 이상헌 SK텔레콤 실장은 "KT는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라며 "그런 KT가 지배력을 언급하며 경쟁사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LG유플러스에 대해서는 "정부 경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불법영업에 다단계 영업도 고집하고 있다"며 "정부지원으로 성장하고 말바꾸기도 서슴치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말바꾸기는 600만이면 자립할 수 있다는 옛 LG텔레콤 시절의 발언을 문제삼은 것이다. LG텔레콤은 600만, 800만 등 특정 가입자규모를 전제로 비대칭 규제의 협상도구로 삼았었다. 하지만 1000만이 돌파해도 지배력 언급하며 과거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이 실장의 주장이다.

이 실장은 "여전히 실체없는 지배력을 언급하며 앞으로 나가는 사업자 발목을 잡으면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아도 마땅하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발에 양사가 상당한 공헌(?)을 했다는 점에서 SK텔레콤도 뿔이 단단히 난 듯 했다.

공세에 LG유플러스 박형일 상무는 "SK텔레콤은 유료방송 사업자가 아닌 무면허 사업자"라며 "왜 토론회에 나왔느냐"며 반격에 나섰다.

박 상무 역시 원색적으로 공격했다. 그는 "SK텔레콤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하는데 몰상식의 극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상무도 과거 KT가 자회사 KTF 무선상품 재판매 시절 SK텔레콤이 반대했던 것을 사례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KT 이성춘 상무와 SK브로드밴드 김성진 실장도 각자의 입장에서 토론을 펼쳤지만 원색적인 발언은 자제했다.

이상헌 실장과 박형일 상무는 토론회 이후에도 서로 "왜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최선규 명지대 교수는 점잖은 토론을 주문했지만 양측의 원색적 발언에 난색을 표했다.

냉랭한 분위기속에서 제도의 대상인 케이블TV 업계를 대표해 나온 탁용석 CJ헬로비전 상무는 "유료방송 발전방안 토론회라고 해서 나왔는데 낄수 있는 자리가 아닌 것 같다"며 양측의 토론태도에 일침을 놓았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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