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클라우드 시대, 흔들리는 CIO의 위상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클라우드 서비스가 기업 IT시스템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최고정보책임자(CIO)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실제 최근 많은 IT기업들이 과거와 같이 CIO 대상 행사보다는 마케팅 등 현업부서 대상의 행사를 늘리고 있다. 기업 CIO의 입장에선 서운할 수 있겠지만 IT는 이제 기술의 관점보다는 비용의 관점에서 얘기하는 시대가 됐다는 게 IT업체들의 주장이다.

과거 서버나 스토리지와 같은 하드웨어(HW)나 업무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SW)를 구매하는 것은 IT부서 고유의 업무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이러한 상황은 바뀌었다. IT 부서에 필요한 인프라나 서비스 구축을 요청하는 대신 일정부분 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사용하기 쉽고, 이용한 만큼만 요금을 지불하면 되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등장 때문이다. 더 이상 내부 IT 조직에게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고 몇 달씩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가상화 및 클라우드 기업인 VM웨어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잘 반영돼 있다.

VM웨어가 글로벌 시장 조사 전문 기관 밴슨 본과 IT책임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아태지역 9개국 응답자 중 75%는 클라우드의 확산으로 최근 3년 간 IT 구매 및 관리가 분산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IT 부서 이외의 부서에서 추가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한 건수는 연평균 6건에 달했다. 한국은 이보다 높은 7.2건에 달했다.

현업 부서 입장에선 IT부서의 지원 없이 빠른 서비스 구축이 가능하게 되면서 소위 혁신이 가능해 졌다는 반응이다. 이는 분명 클라우드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보안성이 입증되지 않은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면서 컴플라이언스에 위반이 되거나, 부서별로 중복구매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밴슨 본 측은 “보안을 위해선 가시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최근엔 조직 내에 어떤 솔루션이 사용되는지 파악하기 힘들어졌다”며 “또 각 부서별로 동일한 솔루션을 2~3번 사는 경우가 빈번해 오히려 비용 지출은 더 늘어나고 있으며, 개별적으로 구매하다보니 교섭력도 약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보고서에도 전체 응답자 중 84.8%가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이후 조직의 전체 IT 지출 비용이 증가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경우 92%가 지출 비용에 대한 문제를 더 심각하게 느꼈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60%는 IT 비용이 두 배로 늘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CIO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보고서를 발표한 VM웨어 측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IT부서의 역할이 바뀌고, 더 주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클라우드 시대에서 기업이 능동적으로 시장 변화에 적응하려면 IT 부서가 다양한 클라우드를 수용할 수 있는 단일 운영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도 전체 응답자 중 78%는 IT 부서가 주체적으로 워크 플로우를 혁신하고 보안 환경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클라우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기업 내 부서가 원하는 클라우드를 선택하면서도 동시에 통제가 가능할 수 있도록 CIO 조직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그 역할은 오히려 이전에 비해 더 커질 수도 있다.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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