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7년 신년기획] 시스템통합(SI)에 미래는 있나?

이상일

[2017년 기획/불확실성에 대응하라 – IT서비스①] ‘SI’에 미래는 있나?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2005년 한국시스템통합(SI)연구조합이 해체되고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ITSA)가 공식 출범했다. 시스템 통합(SI)라는 지엽적이고 부정적인(?) 용어에서 탈피해 IT를 기반으로 한 융합 서비스를 내용으로 하는 IT서비스라는 용어로 업계가 환골탈태한 시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후부터 언론에서도 'SI 업계'라는 표현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았다.

IT서비스는 컨설팅 및 개발, 아웃소싱, 교육훈련을 포함하는 일련의 사업을 말한다. SI는 이 중 컨설팅 및 개발 영역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같은 영역에는 IT컨설팅, 비즈니스 컨설팅, 고객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이 포함된다.

SI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에 대한 기획과 개발, 구축, 운영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말한다. 오늘날의 IT서비스기업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전산실의 기능을 하나로 집중시키면서 출발한다.

◆겉은 IT서비스, 속은 SI? = 이후 IT서비스라는 용어가 정착된 지 2017년이면 12년째에 접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IT서비스업계는 ‘SI’라는 용어에서 자유로워졌을까? 이러한 질문에는 여전히 부정적 요소가 많다. 아직도 대부분의 IT서비스업체들은 SI에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사를 대상으로 한 SI와 SM(시스템 운영)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일어난다. 그룹사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중견, 중소 IT서비스 업체들도 공공 SI시장에서 많은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IT서비스로 탈바꿈하고자 했지만 IT서비스업체들 대부분이 SI를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SI를 말하는 그들의 속내는 여전히 불편하다. 중소중견 업체들은 소위 “SI를 하다가 데인 경우가 많다” 고 하소연한다.

사건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SI가 전형적인 수・발주 형태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보니 입찰 과정은 물론이고 사업진행 과정에서도 많은 잡음이 나는 경우가 많다.

IT서비스업체들이 겪고 있는 대부분의 송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SI사업과 연계된 것이 대부분이다. SI사업을 하면서 발주처와의 사업 완성도 및 미이행을 내용으로 한 고소고발, 하청업체와 미지급금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고소고발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나타난 기업들의 보고서만 봐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서비스업체들은 SI에서 손을 떼기 어렵다. 수익성과 미래성장성과는 별개로 현실적으로 SI말고는 사실 자신있게 할 것이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을 받았던 산업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비롯해 대형 SI사업에 여전히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사업 참여가 이어진다. 공공SW 시장도 마찬가지로 대형 SI 사업 수주는 중소중견 IT서비스기업들의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 사항이다.

'독이 든 성배'임에도 SI사업에 진출하는 IT서비스기업들은 많다. 당장 수익에 목멜 수 밖에 없는 중소중견사들은 여전히 공공 SI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클라우드 발(發)' 변화, IT서비스 시장 구도에도 타격?= SI를 주요 매출로 하고 있지만 IT서비스업체들 역시 SI가 회사의 미래를 보장하는 수익원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이는 최근 클라우드, 오픈소스 등 IT기술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한 중견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클라우드가 화두이고 고객사들도 이를 알고 있다. 문제는 클라우드에 집중하다보면 기존의 SI와 유통사업 조직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는 IT인프라에 대한 기업의 의존도를 낮춘다. 이는 SI를 통한 IT인프라 유지보수와 서버, 네트워크 등 유통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아직은 클라우드에 대한 매출 비중이 작아 조직적인 저항이 크지 않지만 클라우드가 활성화될 경우 IT서비스업체들로선 내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기업 IT인프라 시장의 큰 화두인 사실은 IT서비스업계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클라우드는 전통적인 수발주 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필요한 시스템에 대한 사업계획, ISP(정보화전략계획) 등을 수립하고 사업 발주,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졌지만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몇 차례 클릭만으로도 시스템 구성이 가능해진다.

IT컨설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SW와 서비스가 정교해지면서 SI역량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시점이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SI는 고객이 원하는 IT시스템을 구축, 운영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SW와 서비스가 불편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고객에게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SW와 서비스를 손봐야 했고 이를 IT서비스업체들이 SI를 통해 구현했다.

하지만 SW와 서비스가 고도화되고 세분화되면서 고객, 즉 기업이 이를 손을 대야 할 필요가 사라지게 됐다. 기업용 앱스토어가 발전하면 SI는 자연스럽게 쇠퇴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IT서비스업계에 SI가 CI(Cloud Integration)로 발전, 변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미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클라우드 인프라 전환에 나선 상황으로 시스템 통합 역량을 넘어 클라우드를 기업에 내재화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이상일
2401@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