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국민연금의 빅데이터 사업 뒤집기, 눈물 흘린 중소SW기업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인 코난테크놀로지(이하 코난테크)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계약 체결 및 이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이 발주한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사업’을 수주해 우선협상대상을 체결하고도 2순위 업체에 사업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코난테크 측은 “비상식적이고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을 박탈당했다”며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꼭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정까지 가게 된 이번 사건의 시작은 2016년 8월로 돌아간다. 국민연금공단이 발주한 9억8000만원 규모의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사업의 제안서 입찰이 8월 3일 마감되고 이틀 후인 8월 5일 코난테크를 비롯해 케이엘넷, 펜타시스템, 데이터스트림즈 등 4개사가 기술적 평가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다.

8월 8일 개찰결과 점수가 가장 높았던 코난테크가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됐고 9월 1일 기술협상을 진행해 과업범위까지 확정했다. 그리고 같은날 2순위였던 케이엘넷이 국민연금공단에 이의제기를 신청을 했다.

코난 측은 “보통 이의제기는 우선협상대상이 선정된 이후 15일 이내에 해야 한다”며 “그런데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제기한 케이엘넷의 이의제기를 국민연금공단이 받아준 것도 행정적인 절차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국민연금공단은 해당 사업의 적격 여부를 검토하는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감사를 진행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교수, 공공기관 전문가 등 공단이 선정한 자문위원들은 코난테크와의 우선협상대상 계약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식계약을 기대했던 코난테크는 또 한 번 좌절하고 말았다. 이번엔 10월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성일종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연금의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사업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공단은 또 다시 내부감사를 진행하게 된다.

비용을 들여 초빙한 외부 전문가들이 문제없다는 결론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특정감사에선 코난테크가 제안서에 제시된 ▲상용 SW 도입 ▲구축사례가 있는 검증된 제품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12월 코난테크는 사업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며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 취소를 통보받았다. 또 이 과정에서 사업에 관여했던 국민연금공단 실무자 3명이 징계를 받아 지역본부로 발령이 났다.

이에 대해 코난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이번에 코난이 제안한 솔루션은 자사의 상용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코난 애널리틱스’에 오픈소스 아파치 하둡 가운데 인메모리 기반으로 빠르게 분산·처리할 수 있는 ‘스파크’를 결합한 것이다. 현재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대부분의 사업에는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소스 하둡의 다양한 SW가 활용된다.

비단 코난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이 제안한 제품도 대부분 하둡 SW 생태계를 조합한 것이다.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케이엘넷도 KT클라우드웨어(KT넥스알)가 개발한 ‘엔답(NDAP)’을 제안했는데 이 역시 하둡 기반이다. 그런데 공단 측은 미래부가 발간·배포한 ‘글로벌 상용SW 종합 백서’의 20개 ‘빅데이터 관리SW리스트’를 제시하며 코난의 제품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상용SW로 인정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부감사보고서에는 “빅데이터 관련 외부전문가들의 기술적 자문 결과를 근거로 보면, 오픈소스 등을 결합한 추가 개발은 통상적인 커스터마이징에 해당한다”며 “또 전문가들에 따르면 빅데이터 솔루션은 개별 SW의 조합으로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으로 각각의 SW가 기능별 구축사례가 있다면, 국내 구축사례가 있는 검증된 제품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특히 오픈소스 활용은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으로 상용SW를 고집하는 것도 국가 정책 방향과 맞지 않다.

이밖에도 보고서에는 “기술 분야의 전문성이 높다고 할 수 없는 내부 평가위원의 경우 세부 제안내용을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외부 평가위원이 참여해도 기술평가위원회에서 업체당 30분 정도로 제한된 시간 내에 제안내용을 정확하게 검증·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재 대부분의 공공사업은 제한된 시간의 PT만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갑자기 이런 결론을 낸 것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코난테크 영업 담당자는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되고 공단에 인사를 드리러 갔더니 담당자가 ‘듣보잡 회사가 됐는데, 사업이 제대로 되겠냐’는 반응이어서 의아했다”며 “돌이켜보면 이미 공단이 사업자를 미리 점찍어놓고 진행하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일을 당하고도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수행할 빅데이터 사업을 위해서라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 오해를 풀겠다”고 덧붙였다.

코난테크가 전주지방법원에 제출한 ‘계약 체결 및 이행금지 가처분신청’ 결과는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국민연금공단 측은 “이미 사법부로 넘어간 상황에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며 “공단이 어려운 상황인데, 이번 일로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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