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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장 폐쇄에 들어간 씨게이트…낸드 합작사에 영향?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웨스턴디지털(WD)과 함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양강구도를 이루고 있는 씨게이트테크놀로지가 중국 쑤저우에 위치한 공장을 폐쇄한다. 지난 2년 동안 2600여명, 이번 쑤저우 공장에서는 최대 2000여명을 구조조정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와의 낸드플래시 합작사 설립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씨게이트는 쑤저우 공장을 폐쇄하면서 2000여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하고 관련 사업을 정리한다고 전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씨게이트는 HDD 사업 부진으로 인해 지속적인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상반기 HDD 판매량은 2015년 대비 840만대가 줄어든 3680만대에 그쳤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사이 경쟁사인 WD는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를 인수합병(M&A)하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대를 대비했다.

씨게이트가 고전하는 이유는 HDD에서 SSD로의 트렌드 전환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성능과 안정성, 사용자 편의성에서 HDD는 SSD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HDD가 이제껏 시장에서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은 오직 가격 대비 용량이었지만 이마저도 미세공정과 3D 적층 기술을 앞세운 낸드플래시에 빠르게 따라잡히고 있다. 이미 128GB SSD가 500GB HDD와 가격이 같아졌다. 2018년 이전까지 256GB SSD는 1TB HDD, 2020년에는 512GB SSD가 1TB HDD와 같은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HDD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비디오레코드(DVR), 셋톱박스처럼 확실한 수요가 있어서다. 다만 씨게이트 입장에서는 점차 쪼그라드는 HDD의 확실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고, SK하이닉스와의 합작사 설립은 미래를 대비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

씨게이트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합작사 설립)은 변함없이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씨게이트는 쑤저우 공장을 폐쇄하는 다른 이유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정책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부인한 상태다. 공급망관리(SCM) 차원에서 미국 본토에 공장을 세우는 일은 효율적인 일은 아니다. 이미 컨트롤러와 같은 반도체 칩은 미국에서 만드는데다가 나머지 부품, 가령 플래터나 헤드, 스핀들 모터 등은 태국과 일본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물류비를 더 들여서 미국에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다. 중국 공장은 단순 어셈블리만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번 쑤저우 공장 폐쇄는 경영효율화와 낸드플래시 시대, 혹은 SK하이닉스와의 합작사 설립을 위한 SCM 정비 차원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전문가는 “아직 우시 공장이 중국에 남아있어서 HDD 사업을 크게 축소한다기보다 생산량을 현실에 맞게 조정한다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쑤저우 공장을 폐쇄하려면 이제껏 중국 정부에 받은 보조금도 내뱉어야 하므로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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