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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공백]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설비투자 지장은?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각 사업에 끼칠 영향에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시스템의 삼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각 부서의 체계가 잘 잡혀있지만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상황에서는 최고결정권자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상황에 따라 이 부회장의 빈자리가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형적인 장치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그렇다. 먼저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에 사용할 설비투자액(CAPEX)은 11조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는 최대 3D 낸드플래시(V낸드) 팹(Fab)인 중국 시안 공장이 포함되어 있다. 시안 공장은 2012년 1단계 투자가 이뤄진 이후 2단계 증설 투자를 위한 장비 구매 발주가 이뤄진 상태다. 300mm 웨이퍼 투입 기준 2만장~2만5000장 가량이다.

중국 정부와 2단계 투자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아쉬운 구석이 많다. 특히 중국은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을 만들겠다며 매년 4월 하이난성 충하이시의 보아오에서 ‘보아오포럼’을 개최하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2013년부터 이사를 맡으면서 무게감이 커진 상태다.

단순히 시안 공장의 투자뿐 아니라 중국이 대내외적으로 밀고 있는 행사를 통해 아시아 정·재계 인사와의 친분과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 부회장의 부재가 당장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설비투자에 끼칠 영향은 높지는 않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방향성 제시에 있어서 혼란과 시행착오가 우려될 수 있다. 애플 차세대 아이폰에 공급될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좋은 사례다.

현재 중소형 OLED 시장에서 95%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에 OLED 패널을 공급할 계획이다. 양측은 정확한 계약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수량으로는 6000만개, 금액으로는 5조원에 달하는 메가톤급 규모로 추정된다.

이런 시장지배력과 애플 공급이 성사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철저한 준비 덕분이다. 이 부회장은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플렉시블 OLED 생산을 위한 핵심 증착장비를 만드는 캐논토키를 발 빠르게 방문해 안정적인 납품을 가능케 했다. 이 부회장의 발로 뛰는 현장경영이 애플과의 OLED 거래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해 정치적, 외교적인 면에서 중국과 불편한 관계가 된 우리나라는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빠지게 됐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2010년 시진핑 주석(당시 부주석)과 만난 이후 보아오포럼에서 얼굴을 맞대며 친밀감을 내비쳤다. 이후 쑤저우에 해외 디스플레이 업계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이후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지으며 대(對) 중국 외교의 첨병으로 활약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호황기에 필요한 적절한 설비투자 집행, ‘반도체 굴기’ 때문에 2020년부터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발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 D램과 마찬가지로 낸드플래시도 치킨게임 우려가 언급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이 부회장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삼성전자의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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