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에우세비오 구엘

윤상호
- '가우디=바르셀로나'의 시사점…OTT업체, 생태계 지원 대책 마련해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라고 불린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성당)은 바르셀로나의 상징이다.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하고 건축감독을 맡았다. 1883년부터 그의 손길이 닿은 이 성당은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옥수수 모양으로 생긴 첨탑과 내부의 둥근 천정은 자연을 모티브로 삼은 가우디 건축의 정수로 꼽힌다. 공사비는 관람료 등 헌금으로 충당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포함 가우디가 만든 구엘 공원, 구엘 궁전, 카사밀라, 카사비센스 카사바트요, 콜로니아 구엘 성당 지하 예배당 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가우디가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후원자로 나선 에우세비오 구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1878년 가우디가 건축사 자격증을 딴 직후 만든 파리 만국박람회에 쓰일 유리 전시장을 본 뒤 후원자로 나섰다. 수익은 생각치 않고 가우디에게 필요한 전부를 제공했다. 앞서 언급한 건물은 모두 여기서 출발했다.

건축가의 작품이 세간의 인정을 받기 위해선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건축은 기본적으로 의뢰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의 설계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시공사도 필요하다. 수많은 조수와 인부의 노력으로 건물이 지어진다. 건축주가 만족해 비용을 지불해야 건축가의 작품도 빛을 본다. 지금이야 가우디에 대한 찬사 일색이지만 당대엔 그렇지 않았다. 가우디가 건축사 자격증을 받던 날 대학 학장은 “건축사 자격증을 천재에게, 아니면 바보에게 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우디의 마지막 작품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9세기 초 빈부의 양극화가 심화된 바르셀로나 주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공간이 목표였다. 구엘, 주문자, 조수, 인부, 헌금을 낸 사람 등이 없었다면 가우디도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바르셀로나를 보살피고 있다. 가우디는 이 전부를 그의 명성과 이익을 위한 부속으로 보지 않았다. 가우디의 바르셀로나는 가우디 생태계 그 자체다.

바르셀로나에선 정보통신기술(ICT) 3대 행사 중 하나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린다. 올해 MWC에선 OTT(Over The Top)업체에 대한 불만이 거셌다. 구글 등 OTT업체가 생태계를 위해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글의 성공은 모바일 시대 들어 가속화 됐다. 더불어 구글의 이익 독점도 심화됐다. 구글의 성장은 빠른 네트워크, 충분한 성능을 가진 하드웨어, 양질의 콘텐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통신사, 제조사, 콘텐츠 업체는 OTT 생태계의 토대다. 바르셀로나에는 가우디 말고 여러 건축가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 왜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가 되었을까.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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