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ICT 공약 얼마나 지켰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창의와 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창조기업이 세계적인 중견기업으로 커가도록 뒷받침하고 2만명의 ICT 창의인재를 양성하겠습니다. 국민 모두가 적은 부담으로 편하게 쓸 수 있는 통신서비스를 만들겠습니다. 방송의 공공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면서 미디어 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으로 박근혜 정부의 시계도 멈추게 됐다. 4년여전인 2012년 후반, 박근혜 대선 후보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통신요금 부담 완화, 방송의 공공성 확보 및 표현의 자유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결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공약은 기본적으로 임기 5년간의 성과를 약속하는 것이다. 당초 일정보다 막을 내린 박근혜 정부의 ICT 및 미디어 공약은 얼마나 이행이 됐을까. <디지털데일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년전 제시했던 ICT 분야 대선 공약의 이행 여부를 분석해봤다.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는 정보통신(ICT) 최강국 건설을 내세웠다. ICT 생태계 구축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겠다는 계획이었다. 세부 공약으로 들어가면 당초 계획을 초과 달성한 부분도 있지만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약속도 적지 않았다.
공약 1. 가계통신비 경감
통신비 인하는 대선 공약 단골손님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가계통신비 20% 인하가 제시됐지만 강제적인 기본료 1000원 인하로 귀결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 소비자 선택권 강화, 데이터 기반 요금제 실현, 휴대폰 유통시장에서 차별 금지, 경쟁활성화 통한 통신비 부담 대폭 경감을 제시했다.
가입비 폐지나 단통법을 통한 유통시장 차별 금지 등은 공약이 이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요금제도 실현됐다.(정부가 아닌 사업자 몫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경쟁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부담 대폭 경감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신규 이통사 출범은 실패했고, 알뜰폰을 대안으로 육성했지만 청소년, 외국인 등 일부 한정된 시장에서만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알뜰폰은 일부 국민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지만 국민 모두가 적은 부담으로 편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 역할은 하지 못했다.
공약 2. 통신인프라 개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공약이 제시됐는데 세부적으로는 공공와이파이 1만개소 설치, 현재(2012년)보다 10배 빠른 유선인터넷 보급, LTE보다 40배 빠른 무선인터넷 개발 등이 공약이었다.
미래부에 따르면 현재 공공 와이파이 1만1280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목표는 1만2000개까지 확대하는 것이었지만 1만3000개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약을 초과 달성했다. 기가인터넷 보급, 5G 실험서비스 등 통신 인프라 측면의 공약 역시 상당 부분 지켜졌다. 물론, 통신 인프라 고도화는 어느 순간부터 정부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통신사의 자발적 노력과 경쟁심리로 이뤄진다.
공약 3. 방송 공공성 강화
방송부문에서는 공공성 강화가 핵심 공약으로 제시됐다. 세부적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유료방송 법체계 일원화, 스마트 미디어 활성화 지원, 미디어 영업규제 완화, 유료방송 규제 완화 및 법제도 개정, 방송통신 법체계 합리화 등이 공약이었다.
하지만 방송의 공공성 강화와 관련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약속했지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및 바른정당) 소속 위원들은 공영방송법과 관련해 19대에 이어 20대 국회 들어서도 법안처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유료방송 법체계 일원화도 현실화되지 못했다. 최근 유료방송 활성화 관련 제도가 마련됐지만 IPTV와의 경쟁에서 밀린 케이블TV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평가다.
공약 4. ICT 및 콘텐츠 활성화, 일자리 창출
당시 새누리당은 공급자 중심의 교육 때문에 정보통신 인력양성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하드웨어 및 제조업 중심의 정책 때문에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일자리 창출이 미흡한 것으로 진단했다. 이에 전국에 40여개 정보통신 아카데미 설립을 유도하고 정보통신 기술거래소 설립, 소프트웨어 구매제도 개선 등을 통해 SW 기업 창업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또한 콘텐츠 코리아랩 설립, 아이디어 인큐베이팅 시스템 구축,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펀드 조성 등도 약속했다.
벤처 창업은 박근혜 정부의 최대 공약 중 하나다. 창조경제 활성화 정책과 관련, 적극적인 예산 지원도 이뤄졌다. 전체적으로 창업의 질, 성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 이전에 양적인 지원은 상당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기술거래소, 콘텐츠 거래소 등 창업기업의 성과물이 얼마나 거래됐는지는 향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강조했던 위풍당당콘텐츠 코리아펀드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며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공약 5. 정보·미디어 전담조직 신설
당시 새누리당은 정부 거버넌스와 관련해 ICT 전담부처 신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 조직인 방통위가 정보통신방송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았다. 스마트 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미래지향적 전담조직 신설을 약속했었다.
ICT 전담부처는 아니었지만 과학과 결합된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됐다. 구체적 내용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창조경제 기반을 마련할 전담조직 신설 측면에서는 공약이 이행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건강한 ICT 생태계 조성이라는 근본적인 공약 목적에 부합했는지는 미지수다. 미래부는 나름의 역할을 한 것으로 자평하지만 차기 대선 주자들은 미래부 해체를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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