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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시대라는데 4.5G 투자하는 SKT…왜?

윤상호
- LTE 품질 경쟁 재점화 신호탄…5G 보편화 보다 데이터 사용량 폭증 빨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텔레콤이 4.5세대(4.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선언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곧 온다는데 왜 4.5G를 꺼내든 것일까. SK텔레콤의 4.5G 전략은 표면적으로는 4G 상용화 직전 3세대(3G) 이동통신 강화를 내세웠던 KT의 3W 전략과 유사하다. KT는 롱텀에볼루션(LTE)을 내세운 경쟁사와 다른 길을 갔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다. KT는 상당기간 가입자 감소로 고생했다. 브랜드 가치 하락과 실적 악화 이중고를 겪었다.

20일 SK텔레콤은 오는 5월 4.5G 시대 개막을 발표했다. SK텔레콤이 주장하는 4.5G는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기구(3GPP: 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의 롱텀에볼루션(LTE) 최종 진화형인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프로’ 기준이다. SK텔레콤뿐 아니라 AT&T 도이치텔레콤 노키아 화웨이 등이 LTE-A 프로를 4.5G라고 부른다.

최승원 SK텔레콤 인프라본부장은 “5G 얘기를 한창 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2019년 상용화를 하더라도 단말기 보급 등을 생각하면 2020년 이후에나 보편화 될 것”이라며 “데이터 사용량은 매년 40%씩 올라가는데 4G를 고도화하지 않으면 5G가 오기 전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수 없다”고 4.5G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SK텔레콤은 5월부터 5밴드 주파수묶음기술(CA)을 적용할 계획이다. CA는 5개 주파수를 1개처럼 쓰는 기술이다. LTE는 주파수 총량이 늘어나면 속도 및 용량이 비례해 늘어난다. 국내 통신사는 지난 2011년 LTE 첫 상용화 때 1개 주파수 10MHz폭으로 75Mbps를 구현했다.

이번 SK텔레콤의 5밴드CA는 4개 주파수 5개 대역 총 70MHz폭을 활용한다. 주파수는 4개지만 5밴드로 부르는 까닭은 2.6GHz 주파수가 각각 10MHz폭과 20MHz폭으로 떨어져 있어 각기 다른 주파수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2017년 5월의 LTE는 2011년의 LTE보다 7배 빨라진다. 최대 다운로드 속도 525Mbps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제시한 이론적 최대 속도는 700Mbps다. 작년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는 256쾀(QAM)을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예전 대비 33% 속도 상향 효과가 있다. 즉 2017년 5월 LTE는 2011년의 LTE보다 7배가 아닌 9.3배 빨라진다.

SK텔레콤은 5밴드CA 기지국을 ▲5월 23개시 주요 지역(인구대비 30%) ▲상반기 85개시 일부(인구대비 38%) ▲하반기 85개시 주요지역(인구대비 51%)으로 넓힐 계획이다.

SK텔레콤의 4.5G 투자는 KT가 3W전략과 무엇이 다를까. 3W는 ▲3G 광대역코드분할접속(WCDMA) ▲무선랜(WiFi, 와이파이) ▲와이브로(Wibro)로 스마트폰 시대를 이끌겠다는 KT의 구상을 일컫는다. KT와 KTF 합병 후 이석채 전 KT 대표가 주창한 전략이다. KT는 LTE 구축은 시기상조라고 여겼다. 갖고 있던 주파수도 반납했다.

그러나 시장은 KT의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011년 7월 LTE를 상용화했다. KT는 주파수가 없어 2세대(2G) 가입자를 몰아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1월에 첫 전파를 쐈다. 출발이 늦었으니 전국망도 늦었다. 국내 유일 광대역LTE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기회도 날렸다. KT가 버린 주파수는 2011년 SK텔레콤이 가졌다. KT는 2013년에야 9001억원을 들여 광대역 주파수를 확보했다. KT의 잃어버린 5년이다.

최 본부장은 “3W는 기존 이동통신 고객의 경험을 품질을 유지하며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은 아니었다. 무선랜과 와이브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4.5G는 LTE 고도화로 ‘갤럭시S8’ 이후 기기를 사는 사람뿐 아니라 가입자 분산 효과를 통해 기존 고객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4.5G를 추진하는 것은 속도 경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품질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LTE 이용자는 총 4709만2212명이다. ▲SK텔레콤 2108만4786명 ▲KT 1352만8108명 ▲LG유플러스 1084만919명 ▲알뜰폰 162만9399명이다. 서비스 특성을 감안할 때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의 2배 가까운 용량을 확보해야 같은 속도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바꿔 말해 KT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 수준의 투자를 한다면 SK텔레콤 대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선행투자를 하고 KT LG유플러스가 따라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 이 때문이다. 운용 노하우가 같다고 전제하면 KT와 LG유플러스는 투자를 덜해도 SK텔레콤 수준 속도와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SK텔레콤의 4.5G 추진은 통신 3사의 제2의 LTE 품질 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이 계획대로 실제 투자를 진행한다면, SK텔레콤의 예상대로 향후에도 매년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세를 이어간다면 KT LG유플러스가 지켜보기만 하긴 부담스럽다. 5G 마케팅만 하고 있다간 집토끼를 놓치는 신세가 된다. 다만 KT LG유플러스는 ‘이론적 최대 속도 대신 체감 속도 우위가 어디인지 겨뤄보자’는 싸움을 걸 가능성이 크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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