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뉴 IBM’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서울 여의도 IFC 지하 3층 스타벅스 매장 옆에는 한국IBM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내달 7일까지 계속된다. 한국IBM의 지난 50년 역사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왓슨’을 실제 체험하는 공간도 마련됐다.
“왓슨이 IBM꺼였어? 마이크로소프트 왓슨 아닌가?”라고 말하며 지나가는 행인도 있으니, 이쯤되면 전시회는 효과가 있는 듯 하다.
이번 전시회는 일반인에게도 IBM이라는 브랜드, 그리고 지난해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의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IBM은 그동안 한국IT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7년 4월 24일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 한국 최초의 컴퓨터 ‘IBM 시스템 1401’을 공급하면서 한국IBM의 역사도 시작됐다.
이후 각종 프로젝트에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며 국내 주요 산업군의 IT시스템 구축 및 운영을 담당해 왔다. 대표적으로 1969년 락희그룹(현 LG그룹)이 한국 최초의 업무용 시스템 IBM360-25를 설치했고, 1974년엔 대한항공에 4505 터미널을 공급하며 국내 최초의 항공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가동했다. 1977년엔 국민은행에 온라인 예금시스템을 역시 국내 최초로 구축했다.
1998년에는 서울 올림픽과 서울 장애인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 경기 운영을 위한 IT시스템 전반을 관장했다. 지난 50년의 세월 동안 IBM의 주력 사업은 PC에서 메인프레임, 현재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왓슨까지 많이도 바뀌었다.
IBM 본사가 설립된지는 벌써 106년이 됐으니, IBM 스스로가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지금의 모습에 이른 셈이다. 한국IBM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IBM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워낙 다른 글로벌 IT밴더들의 상대적 성장 속도가 빠르다보니 IBM의 이미지가 정체됐거나 오히려 퇴보해 보이는 현상도 물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IT인프라의 한 축을 담당한 국내 IT업계의 ‘든든한 맏형’, ‘한국IT사관학교’라는 이미지 대신 최근 몇 년 간 숫자만 관리하는 평범한 외국 지사로 전락했다는 냉담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은 나빠지고 있는데 오히려 본사에 송금한 배당금은 늘어났다. 지난 2014년 KB금융그룹의 주전산기 선정을 둘러싸고 불거진 내홍의 원인중 하나로 당시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의 메일이 지목되기도 했다.
올해 한국IBM은 큰 변화를 겪었다. 가장 의미있는 것은 한국인 사장의 부임이다. 2013년 초까지 약 8년 간 CEO를 맡았던 이휘성 사장 뒤로 2번의 외국인 사장체제를 겪었던 한국IBM은 올 1월 삼성SDS, 애자일소프트웨어 출신의 장화진 대표를 맞았다.
지난 24일, 장화진 한국IBM 대표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불과 입사 3개월밖에 안된 신임 사장에게서 나오는 한국IBM 50년 역사의 감회에 무슨 감흥이 있겠는가.
어쨌든 장 대표는 이날 “유연하고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통해 젊은 IBM을 만들겠다”고 신임 대표답게 자신감 넘치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50년 간 한국IBM에서 울고 웃었던 수많은 한국IBM 출신의 인재들은 여전히 국내 IT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이 50살을 맞이한 ‘친정’을 바라보는 느낌을 어떨지 궁금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새 선장을 맞이한 한국IBM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국내 IT산업 및 고객과 함께 뛰는 ‘새로운(New) IBM’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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