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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어떡하나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 중 핵심인 기본료 폐지가 실행방안을 놓고 난관에 봉착했다. 그동안 기본료 폐지를 반대해왔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새로운 대통령이 기본료 폐지 공약의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기본료 폐지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통신비 관련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아직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래부는 지난달 첫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는 물론, 이달 1일 보고에서도 기본료 폐지와 관련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1일 이개호 경제2분과 위원장은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은) 보고받지 못했다”며 “통신비 인하는 주요 현안이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하고, 수시로 미래부의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개호 위원장은 기본료 폐지에 대해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통신료를 절감하겠다는 취지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업무보고에서 기본료 폐지시 통신시장은 물론, ICT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정기획위는 기본료 폐지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향후 실행방안을 놓고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동안 미래부는 인위적인 기본료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정부가 강제하기 보다는 사업자들의 경쟁을 유도해 요금을 낮출 수 있는 환경조성이 더 중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그동안 국정감사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등에서 기본료 폐지에 대해 “정부의 기본 정책은 시장경쟁 활성화”라고 답해왔다.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 역시 기본료 폐지에 대해 “이통사 경쟁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여러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 대통령 공약인 만큼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통사들은 국정기획위와 미래부, 방통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기본료를 폐지하면 통신사들은 지원금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유통업계가 힘들어지고 단말기 지원금이 축소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도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도 “만약 기본료 폐지가 현실화 된다면 결국 투자비와 마케팅비에서 요금인하 충격을 상쇄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5G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알뜰폰 업계도 힘들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방안을 만들어 보고해야 하는 미래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본료 폐지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통신사의 재무구조 악화, 투자 악영향, 휴대폰 유통업계 및 알뜰폰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요금 정책은 물론, 전체 ICT 생태계의 동반성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요금 인하에만 매달릴 경우 나중에 더 큰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기본료 폐지와 관련해서는 아직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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