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특집②] 서구권 게이머 사로잡은 비결은 바로 ‘이것’
중국 등 외산 게임들이 물밀듯 들어오고 기존 흥행작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내수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입니다. 국내 게임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더욱 서둘러야 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게임업계에선 예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북미와 유럽 등 이른바 웨스턴 시장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시장에 치우친 국외 진출에서 벗어나 신시장 개척에 골몰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서구 시장 진입에 성공한 기존 게임의 사례와 현지 서비스 노하우를 되짚어보고 주요 국내 기업들이 준비 중인 글로벌 야심작들을 소개하는 기획기사를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불린 한국이 대표적으로 약세를 보인 지역이 바로 ‘북미·유럽’이다. 국내 기업들이 문화 코드가 통하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주로 공략한 결과이기도 하고 북미·유럽에선 온라인게임보다 비디오게임(콘솔)이 강세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흔치 않아도 북미·유럽에서 한국 게임의 성공 사례는 존재한다. 주요 게임업체들 위주로 꾸준히 북미·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려 온 결과다.
◆웨스턴 시장서 더 인기=컴투스 ‘서머너즈워’의 경우 컴투스의 퍼블리싱 노하우가 쌓인 가운데 게임의 완성도, 전략적 재미가 현지 시장에서도 통하면서 글로벌 흥행작이 됐다.
서머너즈워는 오히려 국내보다 북미·유럽에서 더 큰 인기를 끄는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도 선진 시장으로 통하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 꾸준히 매출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게임빌은 주력 매출원 ‘몬스터워로드’를 6년째 글로벌 서비스하고 있다. 역시 북미·유럽에서 더 인기다. 회사 측은 “북미, 유럽 시장에 빠르게 진출한 만큼 현지 인프라가 구축돼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한 게임빌의 ‘워오브크라운’의 경우 서구(웨스턴) 시장을 중심으로 세계 전역에서 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 비결을 파고들어 보면 운이 좋은 것도 이렇다 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임빌 측은 “오래 쌓아온 노하우와 경쟁력이 힘”이라며 “현지 유저들의 특성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수시로 피드백을 받으면서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넥슨·엔씨, 2000년대부터 글로벌 진출=넥슨의 경우 일찍이 북미·유럽 시장에 법인을 설립해 진출했다. 넥슨유럽의 경우 연도별 회원가입 추이를 보면 ▲2007년 39만명으로 출발했지만 매년 회원을 불려와 2016년 기준 1800만명을 확보했다.
넥슨은 각국 문화와 관련한 콘텐츠와 이벤트를 구성해 현지 이용자들의 눈길을 끈 결과라는 설명이다. 다양한 결제수단 도입도 시장 안착에 보탬이 됐다. 넥슨이 제공 중인 결제 방법만 80가지 이상이다.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는 고객을 위해 선불카드, SMS결제, 전화결제, 이-핀(E-pin) 등의 방식도 운영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2000년부터 국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 5년 간 해외 매출 비중(연결 기준)이 전체 40% 가량을 차지했다. 최근 성공 사례로는 ‘블레이드&소울(블소)’가 거론된다. 현지 법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현지 이용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 결과,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엔씨웨스트는 블소 출시 전부터 트위치TV 등 온라인 생중계 방송을 커뮤니티 소통 채널로 활용했다. 인터넷 방송진행자(BJ)나 인플루언서(영향력이 큰 개인)의 방송을 통해 블소의 게임 플레이를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게임 정보를 전달한 것이 시장 반향을 일으켰다. 이러한 블소 게임 방송의 인기가 블소 출시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소는 북미·유럽 서비스의 영향으로 2016년 엔씨소프트의 주요 지식재산(IP) 중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60%)을 기록한 게임으로 남았다. 동시에 2012년 출시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성과도 맛봤다.
◆철저한 시장 조사는 기본=국내 게임의 북미·유럽 성공 사례로 카카오의 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을 빼놓을 수 없다. 검은사막은 퍼블리셔 카카오게임즈와 개발사의 펄어비스는 철저한 사전 준비로 인해 성공의 결실을 맺었다고 볼 수 있다.
한 예로 검은사막 배경 지역에 따라 영국식, 중동식으로 영어 액센트를 다르게 구현했다. 이러한 세세한 현지화가 모인 것이 지금의 검은사막 북미·유럽 버전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독일 게임쇼 게임스컴에 일반전시(B2C) 단독 부스를 차리고 게임 알리기에 나섰다. 당시 ‘MMORPG닷컴’이 뽑은 ‘게임스컴 2016 어워드’에서 최고의 MMORPG와 최고의 부스로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으면서 현지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넷마블게임즈 역시 철저한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일찍이 지식재산(IP)의 가치에 눈을 뜬 업체다. 지난 2015년 7월 캐주얼·퍼즐 장르 유명 개발사 에스지엔(현재 잼시티) 인수에 1억3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시장 진입 가능성을 보고 거액을 베팅한 것이다. 이후 넷마블의 본격적인 북미·유럽 공략이 시작된다.
회사 측은 잼시티에 이어 마블과 트랜스포머 게임 IP를 가진 카밤 벤쿠버 스튜디오 인수까지 완료, 협업을 진행 중이다. 넷마블은 잼시티, 카밤과 같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우수 개발력을 갖춘 현지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서구권 시장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넷마블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5조원에 달하는 여유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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