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빅픽처’는 무엇일까…하루 새 1조원 투자·인수 발표
- ‘선제 투자’에 과감한 한수…세계 시장서 통할 네트워크·기술력 확보에 방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네이버(대표 한성숙)가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 4조원·영업이익 1조원 덩치의 기업이 됐지만 오히려 사업 실행 속도는 더욱 빨라진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네이버가 올 들어 크고 작은 투자·인수 소식을 전하는 가운데 지난 26일과 27일 하루 사이에 총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인수 소식을 알려왔다. 과연 네이버가 그리는 미래 전략, 이른바 ‘빅픽처’는 무엇일까.
지난 26일 네이버는 앞으로 3년간 데이터센터(IDC) 구축에 48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용인에 부지를 매입했고 2020년 개관을 목표로 IDC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한 결정이다.
같은 날 네이버는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와 전략적 제휴 소식도 발표했다. 각각 5000억원씩 서로 간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앞으로 포괄적인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업 제휴는 차차 논의키로 했다.
이를 감안하면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 간 제휴는 ‘선제적 투자’ 성격이 강하다.
네이버는 금융 빅데이터를 원했다. 당장은 포털 내 금융 정보 서비스 강화가 예상된다. 길게 보면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와 AI 스피커 등에도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가 접목될 전망이다. 이용자의 실생활에 스며들려면 금융 서비스는 필수다.
미래에셋대우가 유럽, 미국을 포함,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등 전세계 9개국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점도 양사 제휴를 결정하게 된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네이버 입장에선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빅데이터 확보와 IDC 구축은 한 몸으로 연결된 투자로 볼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제휴 뿐 아니라 AI 스피커 등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새 IDC 구축은 예상된 투자였던 셈이다.
네이버가 27일 발표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연구소 인수는 조금은 다른 의미의 투자다. 일단 순수한 AI 기술력 확보가 목표였다. 연구소 내 기술이 서비스와 결합되고 상용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은 먼 미래의 일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이를 위한 연구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AI 연구개발 인재 확보에 경쟁이 붙은 가운데 한번에 80명의 고급 인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쾌거라고 볼 만하다.
네이버는 절실했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인수전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프랑스에 위치한 XRCE를 방문해 네이버랩스와의 연구 공통분모와 향후 시너지 효과를 역설했다. 회사 측은 이를 인수전에서 최종 승리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유럽으로 건너가 기술 기업 개발에 매진했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도 XRCE 인수의 든든한 배경이 됐다.
송창현 CTO는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자연어처리 등 AI 기술에 대한 XRCE의 높은 연구 성과들이 네이버랩스가 주력하는 AI/딥러닝, 3D 매핑, 로보틱스 등 생활환경지능 기술 연구들에 더해져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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