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3~4년간 국내 게임업계엔 무력감이 팽배했다. 내수 시장에선 외산 게임들의 점유율이 점점 높아졌고 국외에 나가선 한국 게임들이 좀처럼 기를 못 편 까닭이다.

그러던 중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외에서 연이어 한국 게임들의 흥행 소식이 들린다. 블루홀 ‘배틀그라운드’,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 펄어비스 ‘검은사막’ 등이 흥행 주역들이다.

이 가운데 배틀그라운드는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뜨렸다. 더욱이 한국 게임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PC게임 플랫폼에서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오버워치, 도타2 등 게이머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외산 게임들을 제쳤다. 이제 블루홀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개발사가 됐다.

넷마블과 펄어비스 역시 국외 시장의 높은 벽을 넘었다. 넷마블은 일본에서 기존 모바일게임의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최단시간 매출 1위에 올랐다. 펄어비스는 몇 년간 성공 사례가 뜸했던 온라인게임으로 서구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회사는 내달 상장 시 시가총액 1조원 기업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물론 일부 기업의 성공만으로 한국 게임에 새로운 전기가 찾아왔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업계에 팽배했던 무력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과라고 본다. 게임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이러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그동안 커뮤니티에선 한국 게임을 낮잡아 얘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뽑기(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게이머들을 호구로 본다’, ‘결제 유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와 비교돼 유명 외산 게임들은 ‘갓겜’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갓(God)이라는 감탄사를 붙일 정도로 최고의 게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배틀그라운드가 갓겜 반열에 올랐다. 국산 게임인줄 몰랐던 이용자들은 다소 놀라는 눈치다. 배틀그라운드를 응원하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개발사 입장에선 최고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게임에서 갓겜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수많은 실패 끝에 배틀그라운드가 나왔던 것처럼, 개발이 사업에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게임 한류가 이어지라라 본다. 업계에서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