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각자도생 시대…대대적 혁신의 서막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아오던 권오현 부회장이 13일 용퇴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DS사업총괄(사장)에서 부회장에 오른 이후 6년만이다. 말 그대로 후배에게 길을 열어 주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 셈이다. 권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깊은 고뇌’, ‘경영 쇄신’, ‘도전과 혁신의 계기’를 언급하며 개인적인 심경을 전했다.
권 부회장의 마무리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삼성전자 조직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병상에,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조직의 기둥 역할을 했던 권 부회장의 용퇴는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지난해부터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직장인으로) 이룰 것은 다 이뤘고 실적도 좋지만 60대 중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1952년생)와 내외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겠느냐”며 “이사회 의장직을 내년 3월 정기총회까지 유지하고 후임자를 추천하겠다는 것도 끝까지 소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은 사장단과 임원 인사, 그리고 조직개편에 쏠리게 됐다. 2012년 권오현(DS), 윤부근(CE), 신종균(IM) 3톱 체제로 각자대표 이후 삼성전자는 커다란 변화 없이 조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미래전략실이라는 컨트롤타워는 사라졌고 사업부문별, 계열사별 실적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자대표 체제는 사실상 별다른 의미가 없게 됐다.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았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삼성전자 고유의 생태계에 통합하고 사업부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에코시스템 인티그레이션팀’은 수장이었던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이 자리를 옮기면서 정체성을 상실했다. 실제로 각자대표 체제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예산 및 조직운영에 있어 자율권·독립성이 부여됐는지는 몰라도 시너지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처음부터 여러 가지 세트제품이 하나로 묶여 ‘플랫폼’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권 부회장의 의중은? 사장단 인사에 계열사까지 파장=차기 부회장은 김기남 반도체총괄(사장)이 유력하다. 이는 삼성전자 ‘부회장’이라는 직책이 반도체를 하지 않고서는 닿을 수 없다는 일종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윤부근, 신종균 대표는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본 경험이 없다. 일각에서는 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있으나 가능성은 낮다. 물론 권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안정적 급진과 온건개혁 사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다.
어떤 결과이던 권 부회장의 의지는 ‘후배에게 길을 터줘야’로 귀결된다. 앞서 언급했지만 직장인으로 이룰 것은 다 이루고 본인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리를 이어나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총대를 메겠다는 이야기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이동훈 OLED사업부 사업부장 부사장이 꼽히지만 박동건 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권 부회장 특별보좌를 맡아왔다. 삼성디스플레이 상임고문이기도 하다. 이 또한 이례적이지만 권 부회장이 이사회에 어떤 의견을 내느냐에 따라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체제 정비에 한층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이재용·최지성·권오현’ 핵심 부회장 3인방의 부재를 계기로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임원 인사를 비롯해 내년 사업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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