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싱겁게 끝난 '강원랜드 클라우드' 입찰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사업이 서서히 발주되고 있다. 분명히 긍정적인 현상이다. 현재 클라우드가 전세계적 트랜드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정부 주도의 견인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공공부문 클라우드 사업과 관련해 책정된 예산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일부 발주처의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져 원활한 사업진행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공공기관인 강원랜드가 발주한 SW정의데이터센터(SDBC) 기반의 지능형 클라우드 구축 사업은 LG CNS가 따냈다. 올해 하반기 공공 클라우드 사업 중 IT업계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사업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니 경쟁은 싱겁게 끝났다. 응찰자가 없어 2차례나 유찰됐다. IT업체들이 "강원랜드의 발주 가격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강원랜드의 올해 2분기 경영실적아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크게 저조했던 것이 IT투자 비용 지출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올해 2분기 강원랜드는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감소했다. 매출액은 6.03%, 영업이익은 15.48%. 당기순이익 10.72% 줄어들었다.

강원랜드는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LG CNS와 수의계약을 맺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LG CNS는 당장 이번 사업 자체가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지만 사업의 상징성과 미래 시장 가치를 보고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은 강원랜드 핵심업무 시스템인 카지노관리시스템(CMS) 및 리조트관리시스템(RMS)의 노후화에 따라 소프트웨어 정의 기반의 지능형 클라우드 구성을 위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전 영역에 대한 가상화 환경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전 영역에 ‘소프트웨어 정의’ 아키텍처를 도입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구축과 IaaS, PaaS, SaaS의 통합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마련, 강원랜드 대고객 핵심 업무서비스의 클라우드 전환, 클라우드컴퓨팅 운영 및 확산을 위한 고도화 방안 수립 등 클라우드 전환 전반을 다루고 있다.

공공분야 최초의 클라우드 사업이었던 서울시 클라우드 센터 구축 사업 역시 사업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서울 클라우드센터도 전체 공사비 중 클라우드 솔루션비용으로 2억원 가량을 책정했는데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사업은 공공기관의 업무평가 시 가점이 부여되는 만큼 외면할 수 없는 사업이기도 하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가점이 있기 때문이 많은 공기관들이 작게나마 시작하려 하고 있다. 원격지 백업 등 이용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 부분의 클라우드 사업이 서서히 발주되고 있지만 실제 사업을 수행하는 수행사들은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사업이 발주되고 있지만 사업수행 금액이 턱없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수행비용이 적은 만큼 처음 그렸던 그림처럼 시스템 구축이 요원한 것이 사실”이라며 “결국 향후 고도화란 이름으로 비슷한 내용의 사업이 다시 발주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초기 클라우드 사업의 사업대가가 지금처럼 고착화되면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제값받기가 쉽지 않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클라우드 도입이 일종의 ‘면피’용으로 변질되면 공공시장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이 안착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공공 분야의 클라우드 도입이 연착륙하기 위해선 클라우드 도입 컨설팅 등 사전단계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서비스업체들의 경우 이행 가능한 시스템 타진 등을 분석하는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보다 체계화하고 명문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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