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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뜬다는데…게임업계선 딴나라 얘기

이대호

-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제작 노동환경 보고서 발간
- 미흡한 보상체계·장시간 근로 등 도마…제작자 문제인식도 필요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바람이 뜨겁다. 워라밸은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이다. 10여년전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Well-being) 열풍이 직장에서 재현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계는 워라밸과 동떨어진 노동환경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0일 ‘국내외 게임제작 노동환경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의 월 매출이 3억원일때도 인센티브 5만원을 받는 등 성공 대비 크게 미흡한 보상체계가 거론됐다. 10인 이상 종사자 3인, 5인 이상 종사자 4인 등 총 7인의 무기명 인터뷰가 보고서에 포함됐다.

개발자 인터뷰에선 ‘순이익이 어느 정도 발생했을 때, 직원들에게 얼마만큼 분배한다는 조항이 문서로 있어야 한다’ 등 인센티브 조항이 명문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인센티브 조항이 있었지만 결국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다는 사례도 공유됐다. 계속 높아지는 목표치를 맞출 수 없던 탓이다.

일부 대형 게임업체에서 월급의 최대 2500% 인센티브를 받았다는 얘기가 폐쇄형 커뮤니티에 나돌았지만, 실제 사례라고 해도 극히 드문 경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게임의 성공을 위해 같이 고생했지만 개발 아닌 지원부서의 경우 이러한 인센티브 제도에서 제외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보고서엔 ‘크런치 모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크런치 모드는 출시 등 마감을 앞두고 일에만 집중하는 기간을 뜻한다. 이때 야근은 당연시된다. 이 같은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는 프로젝트 관리 부재, 퍼블리셔 주도의 지나친 수정 요구, 노동자의 느슨한 근로 태도 등이 도마에 올랐다.

게임업계에선 주로 포괄임금제 계약이 이뤄진다. 일정액의 시간외근로수당 등을 기본임금에 포함해 지급하는 제도로 초과근무해도 보상이 없거나 적게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장시간 근무가 잘못된 문화로 굳어져버려 보여주기식으로 야근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실제 개발자들의 전언이다.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2개 게임업체에 대한 근로감독 조사결과엔 근로자 3250명 중 2057명(63.3%)이 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해 일했다. 임금체불 사실도 드러났다. 연장근로 수당과 퇴직금 과소산정 등으로 44억여원을 받지 못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엔 게임 개발자가 ‘노동자’로서의 인식이 부재한 상황에선 근로환경 개선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정부 근로감독만으로는 노동환경 개선이 어렵고 게임사, 게임 개발자 모두가 변화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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