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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보안업계 관심인물③] 윤두식 지란지교시큐리티 대표…‘M&A는 성공적이었을까’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올해 보안업계는 고도화되는 사이버위협과 정부정책 강화로 인해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가상화폐 공격·랜섬웨어 등은 지속되고 있고, 평창동계올림픽과 지방선거 관련 보안 대응도 필요하다. 또한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시행에 대비해야 하는 한편 블록체인 활성화, 가상화폐 거래소 등 이용자 보호 관련 정책들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보안업계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의 가시적 성과, 국내 보안기업들의 비즈니스의 외연 확장 등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다양한 관점에서 ‘올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할 보안업계 5인’을 주제로, 업계 현안 분석과 함께 5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보안업계 M&A 촉발시키는 방아쇠는 당겼는데… = 윤두식 지란지교시큐리티 대표<사진>는 지난해 보안업계에서 갑작스럽게 큰 손(?)으로 주목을 받았다. 회사 사이즈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란지교시큐리티가 국내 보안업계 최대 규모로 꼽히는 인수합병(M&A)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이 선은 절대 넘으면 안돼라고 누가 금그어 놓은 것도 아닌데 그동안 국내 보안업게에선 스스로의 본업에 매우 충실했다. 그 선을 스스로 뛰어 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그런 업계 내 분위기때문에 국내 보안시장에선 M&A가 예상했던것 만큼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의 국내 보안시장 구도는 고만 고만한 업체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답답한 형국이다. 이런 답답한 흐름 가운데서 돌출됐던 것이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적극적인 M&A 행보였다. M&A의 형식과 내용도 매우 공격적이었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지난해 7월 데이터 분석업체인 모비젠과 보안컨설팅 전문업체 에스에스알(SSR)을 동시에 인수했다. 인수 금액만 총 312억원에 달한다. 지란지교시큐리티의 규모를 고려했을때 적지않은 딜이다. 시장에선 지란지교시큐리티가 새로운 사업 확대를 도모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다.

올해 초, 윤두식 대표는 마치 주문을 외우듯 만나는 사람들에게 “올해 열심히 할 겁니다”라는 말을 신년 인사로 대신했다.

벌려놓은 판이 큰만큼 그의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M&A에 따른 성과물을 창출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본인은 물론 사운이 걸렸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대표에게 올해가 번뇌의 시간일 수 있다.

이 M&A가 성공적이었는지 지금 단계에선 평가할 수 없다. 모비젠과 SSR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사업성과를 내야 하는 시작점은 바로 2018년부터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긍정적인 성과를 보여줘야한다. 물론 당장 숫자를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방향성이다. 평가는 결과물을 놓고 냉정하게 해야하는 것이다.

한편 올해 지란지교시큐리티가 M&A에 따른 성과를 시장의 기대만큼 실현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는 국내 보안업계에도 매우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정체된 국내 보안산업, 단비 같은 M&A = 글로벌 보안시장은 지금 요동치고 있다. 시만텍과 시스코 등 주요 글로벌 보안기업들은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비즈니스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가치 있는 기술력을 가진 곳이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인수해 자사 제품에 해당 기술을 심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보안업계의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내 보안기업들은 창업주가 대표인 중소기업인 경우가 상당수다. 최근 등장하는 스타트업들과 달리 성장기에 올랐을 때 회사를 내놓는 일도 드물다. 반대로 인수를 하려는 기업들은 제값을 치르려고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케인사인이 인공지능 백신을 개발하는 세인트시큐리티를 62억원에 인수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고무적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보통 경영악화에 도달해야 겨우 매물로 내놓거나,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기업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윈스가 퓨쳐시스템 인수를 추진했으나 가격과 경영상태 문제로 결렬되고 퓨처시스템은 기업회생 절차를 밟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후 윈스는 퓨쳐시스템의 방화벽사업만을 가져갔다.

◆지란지교시큐리티, 모비젠·SSR 시너지 창출 방안은? = 지란지교시큐리티는 모비젠의 지분 40.8%를 134억원에 인수함과 동시에 SSR의 지분 72.6%를 178억원에 인수했다. 두 회사는 지란지교시큐리티 자회사로 편입됐다.

윤두식 대표는 모비젠과 SSR에 대해 현재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력과 전문성을 보유한 회사라고 소개하면서 “지란지교시큐리티를 중심으로 연결 매출액 기준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빠른 시일 내 두 회사도 모두 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시장 일각에서는 지란지교시큐리티의 대형 M&A와 관련해 사모펀드 운용사를 대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점, 무리한 인수가격, 계열사와의 사업 중복 등을 우려하기도 한다.

총 312억원이라는 인수규모는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최근 2년간의 매출액(2016년 198억6300만원, 2015년 155억18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며, 2016년 영업이익 27억7300만원의 11배가 넘는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보유하고 있는 182억원을 쏟았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프리미어파트너스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및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130억원을 채웠다.

SSR에서 제공하는 보안컨설팅과 취약점 진단 관리 솔루션은 계열사인 지란지교에스앤씨와 중복되는 사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란지교시큐리티가 M&A를 통해 차세대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지란지교시큐리티는 메일·문서·모바일 보안과 콘텐츠 악성코드 무해화(CDR)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미래 보안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올해 지란지교시큐리티는 계열사 간 사업적 협력 추진 계획을 세우는 한편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M&A 시너지 창출 전략에 착수했다.

지란지교시큐리티 관계자는 “보안, 빅데이터, 컨설팅 주요 사업분야에서의 독립적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보안·빅데이터, 보안·컨설팅 등 사업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며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일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한 모비젠·SSR 주요 솔루션의 일본 현지화를 진행하고, SSR은 올해 IPO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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