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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날 선 비판속에도 아쉬움…‘게임장애 질병화’ 대응 논리 시급

이대호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지난해 12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질병분류(ICD)-11 개정안에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ICD는 WHO가 발간하고 있는 인간의 모든 질병과 사망에 대한 표준 진단 분류체계인데요. 오는 5월 WHO가 ICD-11에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올리고 배포를 앞뒀습니다. 배포 이후엔 정식 진단 기준이 됩니다.

게임업계는 게임 장애 질병코드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게임 장애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없는 가운데 사회 전반에 ‘게임이 질병을 일으킨다’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을 것을 염려한 것입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은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게임 장애’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입장을 밝혔습니다.

게임장애 질병코드 ICD-11 등재와 관련해선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연대가 공동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내만 아니라 국외 게임협단체들도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러한 국외 협단체들과도 연대해 반대 목소리를 키울 전략입니다.

이와 관련해 28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서울시 테헤란로 롯데엑셀러레이터 사무실에서 ‘ICD-11 게임질병코드 등재, 문제는 없는가?’ 주제의 토론을 열었습니다. 이장주 소장(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이 진행을 맡은 가운데 강경석 본부장(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강신철 협회장(한국게임산업협회),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한덕현 교수(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가 참석했습니다.

토론회에선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각계 우려와 상관없이 일부 시각 때문에 등재가 이뤄질 것이란 체념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더 노력했어야 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게임을 36시간 쉬지 않고 하면 중독일까”

한덕현 교수는 “어떤 청소년이 36시간 쉬지 않고 게임을 했는데 그게 중독의 문제냐”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물론 중독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교수는 우울증, 자폐성 질환 등 다른 질환의 영향으로 게임을 오랫동안 즐기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중독으로 모는 단정적인 시선을 경계했습니다.

이 경우엔 겉으로 드러나는 중독 증상을 게임으로 인한 질병으로 진단내릴 것인가 애매해집니다. 한 교수는 ICD-11의 게임 질병 진단 기준이 다양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3,4가지에 그친다는 입장입니다.

WHO의 ICD-11 초안엔 게임 장애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여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행위의 패턴’으로 보고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 등 3가지가 장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진단기준으로 제시돼 있습니다.

한 교수는 게임장애를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공존질환 비율을 꺼내들었습니다. 게임 중독(과물입)의 경우 알코올, 마약 등 다른 물질중독과 달리 공존질환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입니다. 90%대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게임으로 인한 장애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인데요. 그는 공존질환과 부분되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노력을 안 한건 아니지만 많이 부족한 점 있었다”

게임업계를 대표한 강신철 협회장은 게임을 중독의 원인으로 보고 관련 규제가 반복되는 현 상황에 대해 “저희가 노력을 안 한건 아니지만 많이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게임에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설득하는 게 부족했다”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그는 “단순히 게임의 질병으로 보는 건 잘못됐다고 주장하기 이전에 자체적으로 관련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이런 연구들을 저희가 적극적으로 학계와 할 게 있다고 본다”며 “그런 것들을 통해서 게임 장애 질병코드화가 부당하다는 걸 사회에 알리고자 지속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강 협회장은 또 “우리의 주관을 담은 연구가 아닌 객관성을 담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주무부처(문체부)에서도 정말 (게임이) 문제가 있어서 질병코드화가 된다면 같이 대응해야겠지만, 부당하고 잘못된 절차라고 한다면 적극 대응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공동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장애라는 표현 자체가 큰 타격”

이장주 소장은 우려스런 상황을 상정했습니다. 그는 “안타깝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5월에 질병코드화가 WHO총회에서 공식화된다면 피부로 느끼게 될 변화는 무엇일까”라며 강 협회장에게 질문했는데요.

강 협회장은 “(등재가) 안 될 거라고 믿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보지만, 일부의 어떤 시각 때문에 이익 때문에 관철이 된다면 일반인들도 게임은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것”이라며 “(게임을) 안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심각하게 부정적이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장애라는 표현이 게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게임장애 질병코드란 단어 자체가 게임하면 장애 있는 사람들로 비쳐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재차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게임장애 질병분류, 모든 콘텐츠산업에 적용될 수준”

조승래 의원은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해 “게임에 대해 너무 광범위하게 정의했다”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는 근거로 질병분류한다는 건지 납득할 수가 없다. 그 정도라면 모든 콘텐츠산업에 적용될 수준”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서 그는 “저도 바쁘지만 다음날 일정이 없으면 밀린 드라마 10편을 볼 때가 있는데 콘텐츠엔 이러한 갈망을 다 갖고 있다”며 “이 갈망 자체가 (질병코드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인지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의원은 “저는 융합 연구를 제안할 생각이다. (보건)복지부와 문체부가 게임에 미치는 신체적 정서적 영향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공동 연구를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는데요. 강경석 본부장도 “복지부랑 문체가가 융합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다면 좋을 거 같다”고 거들었습니다.

◆“중독자로 낙인받으면 입학 취업에도 문제될 수 있어”

강경석 본부장은 “대부분 중독자로 낙인되는 게 청소년이 될 텐데, 그 친구들을 중독자로 낙인 찍었을 때 그들의 미래나 삶이라든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부모 입장에서도 자기 자녀가 게임 중독자라고 한다면 그 친구는 나중에 대학교 들어가거나 학교 입학에도 문제, 취업에도 문제, 사회생활 승진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질병코드 등재에 따른 반작용을 염려했습니다.

강 본부장은 “부모 입장에서도 우리 아이가 정신병자가 되는 게 옳은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며 “교육부에서 관심을 갖고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게임업계가 비전 제시해야”

조 의원은 게임업계에 적극적 비전 제시를 당부했습니다. 그는 “학부모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한다던데 어떻게 될까 불투명성이 커지고 그래서 (자녀들이) 공무원 시험만 보기도 한다”면서 “게임이 4차 혁명의 정수이자 총아라는 인식을 비전을 세팅한다면 이것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고 인식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업계와 전문가들, 유저들 등 다양한 분들이 인식 개선을 위해 힘 모아서 전략 전술을 잘 해야 한다”며 “게임산업계 전반이 비전을 정리해서 이를 제시하는 과정들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강 협회장은 “스스로도 객관적 연구가 잘 되도록 저희 나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거 같고 게임이 4차 혁명에 있어 무슨 관련이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잘 알리겠다”며 “인력들을 잘 키워나가고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을 잘 해나갈 것”이라고 적극 움직이겠단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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