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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기사회생한 IBM 메인프레임, 명예회복 벼른다

백지영

IBM 메인프레임
IBM 메인프레임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KB국민은행이 기존 계정계 중심의 주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전면 수정하면서 IBM 메인프레임도 극적으로 기사회생 하게 됐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주전산기인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으나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기존 메인프레임 기반을 유지하면서 IT혁신 사업을 진행하는 수정안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IBM 메인프레임은 앞으로도 최소 7년~10년 이상 국민은행의 핵심 시스템으로써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IBM의 전산계약 방식인 'OIO' 계약 갱신과 관련, 국민은행과 IBM간의 계약조건은 아직 알려지지않았으나 계약기간이 길수록, 할인율이 더 커지는 구조이기때문에 전문가들은 10년 정도로 추가 계약기간을 보고 있다.

한국IBM 입장에선 국내 메인프레임 최대 고객을 수성하게 됐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IBM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금액 및 용량면에서 국내 최대 고객이다. 지난 2010년 기준 국민은행이 사용하는 메인프레임 용량은 21만 MIPS(메인프레임 산정용량)에 달했다. 지금은 이보다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톱5에 드는 메인프레임 대표 고객이다.

지난 2014년, 국민은행이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KB금융이 내홍에 휩싸인 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IBM 메인프레임의 퇴출은 그동안 시기의 문제였을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러나 이번에 극적으로 기사회생하게되면서 IBM 메인프레임은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과거 한국IBM 관계자는 "지난 수년동안 메인프레임이 기술적으로 꾸준히 폐쇄성을 탈피하는 등 많은 혁신을 거듭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선 과도하게 20년전 시각에 계속 붙잡혀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었다.

IBM의 입장에선 지난 십수년간 국내 금융권에서 메인프레임 고객을 유닉스 진영에 대거 뺏겼지만 이제 국내 최대 은행을 발판으로 다시 반격의 기틀을 갖추게 됐다. 이는 전체적인 엔터프라이즈(중대형) 시스템 시장에 의미있는 상황 변화로 평가된다.

◆퇴물 취급받던 메인프레임, 어떻게 바뀌었나 =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의 신기술 도입이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 최고경영진의 관심은 이제 단순히 메인프레임을 교체하는 것으로는 큰 혁신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보안과 안정성측면에서 메인프레임의 가치가 과거보다 더 중시되는 분위기다.

하드웨어(HW)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그동안 메인프레임은 국내 금융권에서 유닉스 시스템에 밀려 퇴물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 역시 이제는 옛날 얘기다. 이젠 리눅스 기반의 x86 서버가 카카오뱅크나 다수의 금융권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유닉스 역시 모델로만 본다면 '과거형'이다. 심지어 HW와 운영체제(OS)를 분리해 HW는 기존 유닉스용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OS는 리눅스나 윈도를 얹는 제품도 판매돼 이를 구분짓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국내에선 그동안 메인프레임과 유닉스간의 성능 논쟁이 거세게 일었었고, 그 때문에 은행권 차세대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사실 이는 좀 특별한 사례로 분류된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메인프레임은 전세계 대형 금융기관의 핵심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IBM에 따르면, 전세계 50대 대형 은행 중 49개, 100대 은행 중 92개 은행, 10대 보험회사에서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다.

IBM은 보안, 안정성 등에서 메인프레임의 강점을 주장하고 있으며, 메인프레임의 보안 기능을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메인프레임을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OIO 계약 어떻게?…최소 2027년까지 유지 전망 = 지난 2월 말 KB국민은행 IT관계자들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 참관해 IBM 관계자들과 미래 뱅킹 전략에 대한 워크샵을 진행했다.

워크샵에서는 ‘IT기업’으로 불리는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혁신기술로 진화하는 금융권의 변화되는 미래 트렌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IBM 뱅킹센터오브엑셀런스(Banking Center of Excellence)’와 현지 소매점 등을 방문해 혁신사례를 목도했다. 현재 IBM은 클라우드를 비롯해 AI, 블록체인, 보안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워크샵에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민은행과 IBM간의 중장기 전산계약인 OIO계약은 오는 2020년 6월 만료된다. IBM은 국민은행에 유닉스로의 전환과 비교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OIO계약은 메인프레임 등 IBM 장비 구매시 할인율이 폭넓게 적용되는 IBM 특유의 구매계약 방식이다.

보통 장비구매 규모나 사용량 등에 의해 할인율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며 계약기간은 5년~7년이다. 여기에 IBM의 DBMS(DB2)나 미들웨어, 보안 등 다양한 솔루션 도입 계약이 부가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대략 7년의 계약기간을 체결한다고 봤을 때 KB국민은행은 최소 2027년까지는 메인프레임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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