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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콘돔’ 구입… 왜 소셜커머스는 되고 오픈마켓은 안 될까

이형두

11번가 콘돔 카테고리
11번가 콘돔 카테고리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현행법상 콘돔은 성인용품이 아니다. 술, 담배와는 달리 나이와 무관하게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편의점, 약국 등에서 청소년이 콘돔을 직접 구입하기는 아직 어렵다. 사회적 시선부터 경제적 부담까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를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모르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은 온라인을 통해 콘돔을 구입하기도 어렵다. 많은 온라인 쇼핑몰이 성인 인증을 거쳐야 판매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접근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이는 ‘일반형’ 콘돔은 괜찮지만 요철형, 사정지연형 등 ‘기능형’ 콘돔은 미성년자에게 판매가 금지돼 있어 생기는 일이다. 일반형 콘돔만 별도로 판매 페이지를 구성하면 법적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반형과 기능형 콘돔을 함께 판매할 경우 판매 페이지 자체가 유해매체물이 된다.

오픈마켓의 경우 판매자가 직접 상품을 등록하므로 어떤 콘돔을 판매하는지 일일이 사전, 사후 모니터링이 어렵다. 이 때문에 11번가는 콘돔 카테고리 전체 상품에 성인 인증 시스템을 걸어 놨다. 지마켓 등 다른 오픈마켓도 비슷한 정책을 펴고 있다.

키워드 검색 결과에서 구매 가능한 콘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대개 판매자가 카테고리를 잘못 등록한 경우다. 모니터링을 통해 이후 정상 카테고리로 수정되면 다시 성인 인증이 필요해진다.

11번가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서 판매자가 특정 상품만 독립적으로 판매 등록하도록 강제하긴 어렵다”며 “오픈마켓 운영 상 불가피한 부분이 있어, 모든 콘돔 제품을 성인인증이 필요한 상품으로 분류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콘돔 카테고리
쿠팡의 콘돔 카테고리


소셜커머스 태생 3사의 경우는 오픈마켓과 사정이 좀 다르다. 특히 쿠팡이 경우엔 인기 콘돔 상위 10개 제품 중 9개는 청소년도 제한 없이 구입할 수 있다. 이는 판매자가 여러 상품을 한 페이지에 묶어 올리더라도 쿠팡이 각 제품을 별도 상품 페이지로 나누는 정책을 쓰기 때문이다. 옵션에 높은 가격을 붙여 정가 표기 가격과 크게 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정책 덕분에 쿠팡에는 대부분 한 판매 페이지에 하나의 상품만 등록돼 있다. 자연스럽게 성인 인증이 필요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구분할 수 있다.

위메프에서도 성인 인증 없이 콘돔을 구입할 수 있다. 위메프는 초기엔 오픈마켓과 같은 규제를 적용했으나, 지난 2016년 12월부터 일반 콘돔은 성인 인증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관리 기준을 변경했다. 일반형 콘돔과 청소년 유해물질이 함께 판매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사후 모니터링을 병행하고 있다.

일반형 콘돔 단독 페이지를 별도로 구성해 판매하기도 한다. 소셜커머스는 상품기획자(MD)와 입점업체 간 협의를 통해 딜 내용이 정해지므로 ‘청소년 구입 가능’ 딜 페이지를 꾸리는 것도 가능하다. 티몬에서도 ‘성인 인증 없이 구매 가능’을 제목으로 건 딜 페이지가 있다. 예전에 비하면 청소년의 콘돔 접근권이 많이 나아진 셈이다.

사실 콘돔 판매 문제가 이렇게 복잡해진 것은 기능형 콘돔을 청소년 유해상품으로 지정한 1997년 청소년보호위원회 고시 때문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지난 2011년부터 여성가족부 소속이 됐고, 여성가족부는 2011년, 2013년 수정고시에서도 해당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 2015년 이 문제가 불거지자 여성가족부는 특수형 콘돔이 청소년에게 “신체부위의 훼손, 음란성이나 비정상적인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를 청소년 ‘쾌락통제법’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해당 규제가 청소년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소셜벤처 인스팅터스 성민현 대표는 청소년에게 기능형 콘돔을 판매해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벌금 2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 이에 성 대표는 해당 조항이 포함된 청소년 보호법 제 58조 3호에 대해 헌법 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해당 헌법소원 청구서에는 여가부 고시가 그 자체로도 문제가 있지만, 일반 콘돔마저 성인용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포함돼 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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