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낯선 풍경이지만 절박한 현실…한국오라클 노조 ‘우중집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한국오라클은 각성하라! 투쟁! 투쟁!”
16일 오전 9시.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앞 도보에서 ‘한국오라클 노동조합’이 새겨진 빨간 조끼를 입은 200여명의 인원이 우비를 쓰고 외쳤다. 강남 삼성동 아셈타워는 한국오라클 본사가 있는 건물이다. 빗줄기가 굵어지는 동안 파업 집회 참여자는 계속 늘었다.
글로벌 IT업계의 '공룡'인 오라클 한국지사 직원들의 파업은 이미 며칠전부터 관련 IT업계에는 그 자체로 화제였다. '많은 연봉과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것 같은 외국계 IT업체의 직원들이 왜 파업을 하게됐을까'하는 관심사였다.
그러나 실제로 이날 한국오라클 노동자들이 제기한 주장을 들어보니 지금까지 막연하게 알려진 것과는 달랐다. 그들의 호소는 절박했다.
현재 한국오라클에는 약 1180여명의 인원이 근무 중이다. 이중 임원, 비정규직 등을 제외하면 약 1000여명이 노조 가입 대상이며 이중 약 600여명이 가입했다. 파업을 앞두고 가입율이 대폭 늘었다는 설명이다.
이날 파업집회 현장에서 노조원들은 ‘김형래(한국오라클 지사장) 아웃’, ‘부당매출 아웃’, ‘욕질 갑질 아웃’과 같은 손푯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임을 위한 행진곡’ 등 민중가요를 불렀다.
김철수 한국오라클 노조위원장은 “대다수 직원이 입사 이후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면서 “입사 20년된 부장 연봉보다 최근 입사한 연차 낮은 30대 경력직의 연봉이 더 높은 구조”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 1998년 입사한 직원의 월급은 230만원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영업직의 경우, 목표치를 맞추면 성과급을 지급하는 구조이지만 최근엔 50%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 서비스 지원조직의 직원은 1주일에 110시간을 일하며 하루에 2~3시간 밖에 못잤다고 하더라”며 “포괄임금제이기 때문에 야근 등 추가 근로 수당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상 과정에서 오라클 법률 대리인과 김형래 사장은 교섭권을 놓고 말을 바꾸는 등 노조를 갖고 놀았다”며 “교섭 내용을 본사에 전달했는지도 확인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오라클 노조는 최근 국제노동조합연맹(ITUC)과 공동으로 오라클 마크 허드, 샤프라 캐츠 사장에게 노조 활동에 관한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직원들은 회사의 경영실적을 일절 알지 못한다. 오라클을 포함한 대부분 외국계 기업이 유한회사로 등록돼 있어 매출과 영업이익, 연봉, 배당금 등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을 배당금과 로열티 등의 명목으로 본사에 송금한다.
직원들은 회사가 한국에서 수익을 얼마나 내는지도 모른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노조가 만들어져 그동안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서 근무하는지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철수 위원장은 “현재 오라클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로 빼돌리며 세금을 회피했다는 이유로 국세청으로부터 3000억원을 추징받아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법무법인(김앤장)에게 지불한 비용만 2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문화정착 및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만들겠다”며 “이번 파업 집회 이후 회사의 변화 움직임이 없을 경우, 내일 오후 5시에 열리는 대의원회의를 거쳐 파업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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