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글, GM과 겨루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드라이브닷AI 얘기 들어보니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구글, 애플, 우버, 테슬라… 미국 자율주행 시장은 글로벌 공룡기업들의 격전지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 ‘드라이브닷AI(Drive.Ai)’는 이들 사이에서도 주목받는다. 직원 숫자는 70여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최정상급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이 포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율주행 기술 지표 중 하나인 누적 주행거리가 구글 웨이모와 GM크루즈에 이어 캘리포니아 주에서 3번째다.

AI 분야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앤드류 응 박사도 최근 이 회사 이사회에 합류했다. 스탠포드 컴퓨터 공학 교수 출신으로,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젝트 ‘구글브레인’ 딥러닝 프로젝트를 만들고 이끈 인물이다.

왜 세계 최고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몰릴까. 21일 서울 코엑스 스파크랩 데모데이 행사장에서 만난 크리스틴 문 드라이브닷AI 디바이스 파트너십 담당 이사<사진>는 “A급 인재는 A급 인재를 뽑고, B급 인재는 C급 인재를 데려온다는 말이 있지 않나”며 “자율주행에서 AI는 굉장히 어려운 부문, 유능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다시 유능한 사람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문 역시 구글 핵심 엔지니어 출신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드로이드 파트너십 부문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드롭박스, 컬러제노믹스를 거쳐 드라이브닷AI에 합류했다. 구글 입사 전에는 모건스탠리에 있었다. 크고 안정적인 회사를 떠나 도전적, 혁신적인 분야로 계속 이동해온 셈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리포트바이어에 따르면, 자율주행 관련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830억달러(약 9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AI와 시각 센서 분야에 대한 투자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먼저 부상할 응용 분야는 ‘라이드헤일링(차량호출)’이다. 관련 산업에서 차량 운전자가 가져가는 몫은 요금의 75~80%에 달한다. 자율주행차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성공하면 이를 온전히 업체가 챙길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드라이버 인력을 구하고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우버, 리프트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다.

크리스틴 문은 “드라이브닷AI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강점이 있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구글은 제휴사 차량을 사들여 시스템을 장착하거나 자체 제작한다. 라이다와 같은 핵심 부품도 직접 만든다. GM크루즈의 경우 GM 차량을 위해서만 시스템을 개발한다. 우버 역시 자체 기술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부었다.

드라이브닷AI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업체에 공급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설계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리프트, 동남아시사에서는 그랩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소프트웨어에 한해서는 매핑, 어노테이션, 시뮬레이션, 로컬라이제이션, 머신러닝 텔러초이스 등 필요한 모든 솔루션을 ‘풀스텍 서비스’으로 제공한다. 그는 “우리는 하드웨어는 만들지 않는다”며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자율주행 시장 파이를 다 같이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왜 드라이브닷AI 같은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을까. 크리스틴 문은 “미국은 작은 나라들이 모여 있는 것과 마찬가지, 각 주에서 규제를 완화해 인재와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비교적 그런 시도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래 드라이브닷AI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역시 관련 규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반면 텍사스, 네바다, 플로라다 등의 지역에서는 정부가 앞서서 자율주행차 친화적인 정책을 택하고 있다. 주차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가 활성화되면 교통 문제는 물론 레스토랑 등의 상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 것이다.

오는 7월 드라이브닷AI가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 호출 시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소도 텍사스 프리스코다. 세이프 드라이버 없는 완전 자율주행 방식이다. 최근 구글, 우버의 자율주행차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번 테스트는 안전에 크게 주안점을 두고 실시된다. 우선 차량을 눈에 잘 띄는 밝은 주황색으로 도색했으며 시 당국과 함께 시민들에게 자율주행 기술 및 안전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차와 시민의 의사소통에도 크게 신경을 썼다. 차량의 전면과 후면에 시인성이 좋은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차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알려준다. 앞에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으면 “당신이 길을 건너는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문장을 띄운다. 뒷차도 이를 인지할 수 있게 후방 디스플레이에도 “앞에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습니다”라고 표시된다. 자율주행차 주변 사람들이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인지 여부를 알리는 것이다.

크리스틴 문은 한국에서 눈에 띄는 자율주행 실적이 아직 나오지 않는 이유로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역시 관련 스타트업, OEM 많지만 다 내부 테스트만 하고 있다”며 “드라이브닷AI가 앞장서 텍사스로 간 이유도, 공용도로에서 실제 사람을 태우는 실전 테스트가 가장 목적 달성에 좋은 방법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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