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고점 논란에 뿔난 장비업체…‘저평가’ 아우성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메모리 반도체 고점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내 장비업체들의 속앓이도 계속되고 있다. 업황 우려가 지나쳐 주가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속내다. 일각에선 고점 논란에 불을 지핀 외국계 증권사에 노골적인 불편함을 드러냈다.
최근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D램익스체인지 등 외국계 증권사와 시장조사업체는 D램 가격 하락 등 메모리 반도체 고점 논란을 부르는 보고서를 계속 내놨다. 하지만 장비업계는 메모리 시장이 모바일 중심에서 데이터 센터 중심으로 바뀌면서 수요 변동성이 줄고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도체 고점 전망에 동조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반도체 장비 분야 상장사 사이에서는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주장이 많다. 실적이 좋더라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새어 나온다.
반도체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D램과 낸드의 메모리 시장과 비메모리 시장 모두, 4차 산업혁명 관련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라며 “그런데 시장에서 나오는 전망은 장비업계 예상과 달리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의 김영민 대표는 최근 IR(기업설명회)을 통해 “회사 주가가 굉장히 저평가돼 있다. 다른 메이저 장비 상장사 PER(주가수익비율)은 일반적으로 12~15배 수준인 데 비해, 우리는 7배 수준으로 지나치게 낮다”라며 “설립 이후 한 해도 적자난 적이 없고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해외 사업 비중도 늘고 있는데 너무 낮다”라고 털어놨다.
반도체 장비업체 한미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 주가는 작년 12월 이후부터 다 같이 밀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밀렸다가 다시 회복하고 있으나 우리는 밀린 지 꽤 됐다”라며 “이미 올해 상반기 실적이 작년 동기 대비 초과했고. 영업이익도 잘 나오는 상황인데도 아직 저평가다”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초 한미반도체는 기취득 자기주식 635만8210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일반 주주 항의도 많고 주가가 6월에 너무 밀렸었다. 내부적인 악재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전반적인 업황 악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기업 투자전망을 중립에서 주의로 내렸다. 이에 지난 10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3.2%, 3.72% 떨어지는 등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가 재가열됐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작년 11월에도 “메모리 호황이 곧 끝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15일(현지시각) 미국계 증권사 웰스파고도 자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고점 논란이 퍼지자 미국계 자산운용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관련 기업 주식을 ‘저점 매수’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4분기부터 D램 가격이 약세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모건스탠리 등 외국 증권사 리포트 영향을 많이 받아 국내 반도체 업계 주가도 좋지 않다. 작년부터 외국계 증권사들이 괜히 한두 군데 씩 고점이라는 경계 리포트를 내니까 오르고 내리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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