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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스피커 6파전 혼전… ‘구글홈’ 국내서 먹힐까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구글이 국내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 메기가 됐다. 구글은 11일 ‘구글홈’ 시리즈 2종 출시를 발표했다. 토종 제품들 사이에서 파급력 있는 외래종의 첫 등장이다. 구글홈은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기에 비해 국내 도입은 비교적 늦은 편이다. 인공지능의 한국어 학습에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출시된 AI 스피커는 크게 4종이다. ▲KT '기가지니' ▲SK텔레콤 '누구'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카카오미니' 등이 경쟁 중이다. 연내 삼성전자도 ‘빅스비’가 탑재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구글을 포함하면 총 6파전 구도의 혼전이다.

국내 점유율은 통신사 제품이 앞서 있다. 강력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묶음판매, 결합혜택, 사은품 등 무상 판매가 많아서다. 포털사들은 네이버뮤직, 멜론 등 음원 서비스 구독권을 제공해 이를 만회했다. 이동통신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KT 기가지니가 이용률 39%를 기록해 1위다. 이어 SK텔레콤 누구(26%), 네이버 클로바(16%), 카카오미니(12%) 순이다.

반면 플랫폼별 이용자 만족도는 포털사 제품이 더 높다. ▲네이버 클로바(54%) ▲카카오 미니(51%) ▲KT 기가지니(49%) ▲SK텔레콤 누구(45%)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업체들은 1세대 제품에 이어 소형화·저가 중심의 2세대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각 가정 거실뿐 아니라, 각 방마다 1대씩 보급하기 위해서다. 자체 배터리를 탑재한 휴대용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누구’와 ‘누구미니’의 중간 사이즈인 ‘누구캔들’을 출시했다. AI스피커에 조명기능이 추가된 제품이다. KT도 지난달 중순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 '기가지니 버디'를 선보였다. LGU+는 독자 제품이 없다. 네이버 클로바와 협력 중이다. 지난 10일 '프렌즈플러스미니' 3종을 내놨다. 카카오도 이달 10일부터 ‘카카오미니C' 제품을 선보였다. 네이버는 ’프렌즈미니‘ 미니언즈 에디션에 이어 지난달 도라에몽 에디션도 출시했다.

SK텔레콤 박명순 AI사업 유닛장은 “SK텔레콤은 국내 처음으로 AI 스피커 ‘누구’를 내놓고 그간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음성 UI(유저 인터페이스)를 선도해왔다”며 “앞으로는 오픈 플랫폼 공개를 통해 누구나 AI ‘누구’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KT AI사업단장 김채희 상무는 "기가지니 가입자가 100만을 넘어선 만큼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각 분야 최고 품질의 콘텐츠가 더욱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최고 품질의 콘텐츠를 기가지니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글홈 '말 잘 통하고, 말귀도 밝다' = 구글홈은 아마존 에코에 이어 전 세계 AI스피커 시장점유율 2위다. 그동안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아 국내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했다. 그러나 오는 18일 한국어 지원 버전 출시 시점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구글홈은 국내 경쟁 제품과 비교해 성능 측면에서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AI스피커성능을 좌우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은 누적된 데이터가 많을수록 고도화된다. 전 세계 이용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모은 구글은 국내 기업보다 분석 데이터 총량에서 크게 앞선다.

구글은 11일 열린 제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높은 음성 인식 수준과 인공지능의 문맥 파악 능력을 강조했다. 이날 미키 김 구글 아태지역 하드웨어 사업 총괄 전무는 “2개의 마이크를 통해 원거리에서도 명령을 잘 인지하며, 머신러닝 기술 적용으로 소음 속에서도 명령 구분해 이해하는 것이 구글홈의 또 다른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화 맥락을 이해하는 것도 다른 제품이 보여주지 못한 기능이다. 예컨대, “오케이 구글, 올해 추석이 언제야?”라고 물은 후 “내년은?”라고 물어도 생략된 질문을 이해하고 답을 내놓는다.

공교롭게 이 두 가지는 국내 제품에서 아쉽게 평가되는 부분이다.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들이 시동어를 듣지 못하거나 오동작이 잦다는 불만을 표시해 왔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AI스피커 소비자가 구매 전 가장 대했던 기능은 ‘쉽고 편한 음성인식(46.3%)’ ‘기기와의 일상대화(23.0%)’였으나, 이용 후 가장 불편을 느낀 부분은 ‘일상사용 환경에서 음성인식 미흡(56.7%, 중복응답)’ ‘자연스러운 연결형 대화가 곤란(45.7%)을 꼽았다.

목소리로 사람을 구분하는 ‘보이스매칭’도 다른 제품에 없는 기능이다. 목소리 주인에 따라 개인화된 정보와 답을 제공한다. 한 가정에서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쓰기에 적합하다. 차량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오토, 스마트폰 ‘구글어시스턴트’와 연동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른 제품은 공짜인데'… 국내 시장 특수성 극복할까 = 기기 성능과 무관하게 국내 시장의 특수성이 구글홈 확산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가격이 약점이다. 구글홈은 14만5000원, 구글홈미니는 5만9000원에 가격이 책정됐다.

기기 가격이 크게 높은 것은 아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AI스피커를 유료로 구입할 수요가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현재 국내 보급된 AI스피커 약 300만대는 대부분 사은품에 가깝다. 기계 값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하거나 조건부로 무료다. 각 업체들이 데이터 확보와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 개념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구글홈 구입 시 제공되는 유튜브 프리미엄 6개월 체험권은 돈으로 환산하면 약 4만8000원(월 7900*6개월)의 혜택이다. 타사에 비해 높은 혜택은 아니다. 더욱이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 이용자나 무료 체험 이용 고객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값을 다 주고 사야 하는 유튜브 ‘집토끼’들은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국내 음원 서비스로 NHN엔터의 벅스만 지원한다는 점도 약점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 합계 약 90%를 차지하는 카카오엠의 멜론과 지니뮤직 지니가 빠졌다.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유료결제 이용자가 아니다.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를 하지 않으면 구글홈에서 제대로 음악을 들을 수 없다. 미키 김 총괄은 “구글은 오픈 플랫폼을 추구하는 회사기 때문에 더 많은 파트너와 작업을 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어 음성인식률 성능도 아직 증명되지 않은 부분이다. 시연 현장에서도 간간히 명령을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정확한 한국어 인식률은 공개할 수 없으나,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돼 출시했다”며 “행사장은 소음 변수가 많아 실제 가정 등에서 사용 환경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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