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아프리카TV, 내년부터 모니터 아닌 ‘VR’로 BJ 만난다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곧 모니터가 아니라 가상현실(VR)에서도 아프리카TV BJ(인터넷방송인)를 만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프리카TV가 내년 상반기 베타 서비스를 목표로 VR을 활용한 몰입형 콘텐츠 개발과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VR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BJ 특징에 맞게 꾸며진 가상공간도 구축한다. 시청자들이 단체로 영상을 관람하며 음성으로 서로 소통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TV(대표 서수길)는 서울 삼성동 프릭업스튜디오 세트장에서 ‘360도 몰입형 콘텐츠’ 촬영을 최근 진행했다. 360도 카메라와 VR 전용 음향 장비 특수촬영을 통해, 단순 관람이 아니라 시청자가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번에 시도된 몰입형 콘텐츠는 가상의 살인사건 시나리오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범행 현장과 단서를 통해 참여자가 진짜 범인을 추리하는 방식이다. 범인 추리에 성공한 BJ가 다음 회에도 출연하는 서바이벌 방식의 시리즈물이다. 미스테리 콘텐츠 전문인 김원 BJ가 진행을 맡는다. 첫 번째 에피소드 촬영에는 X현수X, 김성은, 야매쌤, 서대문이대길 BJ가 출연해 추리력을 겨뤘다.

촬영과 진행 방식 모두 시청자가 현장에서 참여하는 듯한 몰입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됐다. ‘방탈출 게임’ ‘마피아 게임’ 등 몰입형 콘텐츠 제작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촬영에 참여했다. 소품의 위치 및 출연자 위치까지 몰입형 콘텐츠에 맞도록 세심하게 배치했다. 시청자가 추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진행 도중 카메라와 ‘아이 콘텍트’를 하며 멘트를 날리기도 한다.

촬영 장비로는 초고화질(4K) 영상을 360도로 촬영 가능한 삼성 ‘360라운드(SM-R260)’ 카메라가 동원됐다. 또 단일 지점에서 서라운드 녹음이 가능하고 VR 전용 후반작업이 가능한 젠하이저의 VR 특수 마이크도 활용됐다.

이 장비를 통해 제작된 VR 영상 콘텐츠는 마치 게임 속에 있는 것처럼 영상과 음향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헤드마운트기기(HMD)를 쓴 시청자가 시야를 돌리면 소리가 들리는 방향도 그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시야 뒤편에서 갑자기 사건이 발생하면 소리 역시 등 뒤에서 덮쳐오는 식이다. 아프리카TV는 이런 기술을 활용해 미스테리 장르를 시작으로 향후 게임, 호러물 등 다양한 몰입형 콘텐츠 제작을 시도할 계획이다.

몰입형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HTC의 바이브 등 PC 연결형 HMD나, 페이스북 오큘러스 같은 스탠드얼론 방식의 모바일 VR 기기가 필요하다. 콘텐츠에 어떤 수익모델을 적용할 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콘텐츠 시청 시 일정 개수의 별풍선(사이버머니)를 부과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이날 촬영된 콘텐츠 진행을 맡은 김원 미스테리 전문 BJ는 “과거 콘텐츠는 전달자의 이야기만 듣고 단서와 분위기 및 상황을 시청자가 상상해야 했다면, 이번 몰입형 콘텐츠는 시청자가 직접 다섯 번째 플레이어가 돼 직접 콘텐츠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BJ들이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가장 부족했다고 느꼈던 부분을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가장 꿈꿔왔던 형식의 콘텐츠”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기존 진행하던 미스테리 장르 방송과 VR의 결합도 신선했다. 카메라가 보여주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가 직접 시선을 옮겨가며 단서와 참여자의 표정의 살피고 추리가 가능하다”면서 “향후 먹방, ASMR, 야외방송 등 크리에이터의 능력만 있다면 기존 콘텐츠와 결합돼 무궁무진한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탰다.


웹페이지 형식이었던 BJ 개인방송국도 가상현실로 들어간다. 게임, 보이는라디오 등 각 BJ의 특성과 테마와 맞게 꾸며진 가상공간 ‘캠프’가 준비 중이다. 예컨대 게임 BJ라면 스타크래프트 우주선과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청자들과 함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보이스채팅 기능을 도입해 시청자끼리 혹은 BJ와 음성으로 소통하는 기능도 구현 중이다. 채팅창도 가상공간에 띄워 기존 소통 방식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

김도성 아프리카TV 미래기술팀 팀장은 “최근 3차원(3D) 카메라가 보급형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조만간 평면 영상이 아니라 3D 방송을 시작하는 BJ들도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D 카메라는 360도 카메라와는 다른 방식이다. 거리를 둔 2개의 렌즈가 조리개와 셔터 설정이 같은 프레임을 동시에 촬영해 거리감과 공간감을 구현할 수 있는 카메라를 뜻한다. 영상 속에 있는 사람이 바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도성 팀장은 “점차 HMD 보급률이 높아지면 실시간 3D 방송을 요청하는 시청자들도 많아질 것”이라며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피처럼 BJ들도 3D 콘텐츠로 본인을 차별화하고 어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 봤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이형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