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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가만난사람] 우리 집 ‘스마트홈’, 누가 만들었을까…이지세이버 양기출 대표

윤상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유압 엔지니어였다.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의자를 만들었다. 가상현실(VR)에 관심이 생겼다. 하지만 1997년은 너무 빨랐다. 80억원이 빚으로 돌아왔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너무 앞서가선 안 된다는 점을 배웠다.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엔 대기전력 콘센트를 시작했다. 사물인터넷(IoT)을 준비했다. 콘센트는 스마트홈에 활용하는 ▲플러그 ▲스위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이 됐다. 빚은 2009년 다 갚았다. 매년 1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작년 매출액은 132억원 임직원 35명의 회사. 이지세이버 양기출 대표<사진>의 과거와 현재다. 실패를 용인치 않는 한국 기업 현실에서 찾기 힘든 사례다.

“신용불량자가 됐었다. 어떻게든 정리를 했다. 회생을 하려고 하면 길이 있다. 그래도 다시 사업을 한 이유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사업을 성공하면 돈을 따라온다. 돈을 버는 것이 먼저면 임직원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나쁜 짓을 하게 된다. 사업이 빛을 발하면 돈과 명예는 따라온다. 임직원도 회사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내 일을 잘 하기 위해 사는 것이다. 역지사지다.”

이지세이버는 SK텔레콤 스마트홈의 핵심 파트너다. 콘센트는 전력 관리, 스위치는 노약자 돌봄과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스위치에 달린 센서가 집안 움직임과 환경을 관리한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스피커 등으로 제어할 수 있다. 스위치와 콘센트를 바꾸는 것만으로 스마트홈이 된다. 방범부터 환경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판매를 우리는 개발과 생산, 사후서비스(AS)를 제공한다. 기술만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마진은 조금 줄지만 대신 SK텔레콤이 시장을 키운다. 들고 앉아만 있으면 내 것이 아니다.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땐 잡아야 한다. 그것이 바탕이 돼 더 큰 사업이 된다. 대기업과 협력을 할 때 뺏길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어차피 내 기술이 언제나 최고는 아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일종의 치고 빠지기다. 혼자 모든 것을 해 제2의 삼성전자가 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분투자와 인수합병(M&A) 역시 확장을 위한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 양 대표의 생각이다. 물론 협력을 하는 바탕은 스타트업에 있어야 한다. ‘퍼스트 무버’는 스타트업의 역할이다. 품질도 중요하다. 한 번 삐끗하면 끝이다. 이지세이버는 전 제품을 전수검사 후 출고한다.

“전동침대와 연동한 수면분석기가 유명 침대업체를 통해 곧 나온다. 수편패턴을 기록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침대를 움직여 편하게 잘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이다. 호흡수, 심박수, 뒤척임, 무호흡, 코골이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알고리즘 개발에 투자를 집중했다. 센서는 따라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 경쟁력이다.”

이지세이버는 국내 사례를 토대로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인도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인도는 전력사정이 불안한 국가 중 하나다. 일정한 전력을 유지시켜주는 콘센트가 첫 아이템이다. 스마트홈은 SK텔레콤과 세계 시장을 노크할 예정이다. 내년 열리는 해외 전시회에 SK텔레콤과 전시관을 차린다.

그는 꼭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묻자 이지세이버에 대한 자랑 보다 한국 스타트업 현실과 정책, 투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제조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국내 투자사는 성과가 없으면 투자를 망설이는 곳이 많다. 초반 투자가 절실한 영역임에도 불구 투자는 없는 상황인 셈이다. 앞서 만났던 다른 회사 대표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요즘 중국 스타트업이 부럽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좋은 아이디어와 어느 정도 기술만 있으면 정부 지원과 투자가 함께 연결돼 짧은 시간에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구매와 지원을 받아 더 좋은 제품을 내놓는 선순환 구조다. 한국은 제조 스타트업은 정책 지원과 투자를 받기 정말 어렵다.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 고용과 경제를 책임지라는 것과 다름없다. 정책은 있는데 실행은 안 된다. 투자자는 바이오 등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우리 같은 제조 기반 신산업기업도 잘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젊고 유망한 사람이 도전을 계속하고 국가 미래가 밝아진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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