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정보통신기술(ICT)뿐 아니라 모든 산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기술이 있어도 때를 잘못만나면 성공하기 어렵다. 버티면 승자가 바뀌기도 한다. 처음엔 우위를 점한 기술이 연구개발(R&D)을 지속하지 않아 도태되기도 한다.
4세대(4G) 무선통신 주류를 다퉜던 롱텀에볼루션(LTE)과 모바일 와이맥스의 경쟁도 그랬다. 모바일 와이맥스는 한국에선 ‘와이브로’라고 불렀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2010년 국내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LTE보다 1년여 빨랐다. 그러나 대부분 통신사는 와이브로보다 LTE를 4G로 택했다. LTE는 참여자 증가로 기술 발전과 비용 감소 선순환 할 수 있었다. 와이브로는 우군이 모아지 않아 먼저 출발한 이득을 보지 못했다. 한국에서만 명맥을 유지했다. 그마저도 연내 종료 예정이다. VHS와 베타맥스,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생태계 선순환을 만든 기술은 날개를 달았다.
‘세계 최초 상용화=성공’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의적절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생태계를 만들어야 성공으로 이어진다. 5세대(5G) 무선통신 상용화가 20일도 남지 않았다. 5G 세계 최초상용화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강력히 추진해 온 국정과제다. 문제는 ‘세계 최초 상용화’ 그 자체만 신경을 쓴다는 점. 세계 최초 상용화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하는 통신사에 대한 배려나 5G를 이용해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기업이 필요한 제도 등은 아무것도 정비된 것이 없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의 국정감사 답변은 ‘검토 중’이다. 검토만 하다가 날 새기 직전이다. 이 상태면 또 한 번 남의 잔칫상만 차릴 가능성이 높다.
해외는 5G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데이터 산업 진흥을 위해 비식별 데이터 활용은 규제를 풀었다. 뚫리지 않는 암호라는 양자암호통신 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가 돈을 댄다. 돈을 벌어간 만큼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해외 기업은 제재 대상이다. ‘한국은 최고의 테스트 베드’라는 해외 기업의 말은 칭찬이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은 코리아5G데이 앞줄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 상용화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상용화 이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