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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코앞인데…” 통신비만 인하하면 만사형통?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12월1일 5G 첫 전파 발사가 예고된 가운데, 통신3사를 향한 요금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21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2004~2016년 통신3사 2G·3G·LTE 원가 관련 회계·인가자료를 분석한 결과, SK텔레콤은 약 19조4000억원 초과이익을 내 충분한 통신비 인하 여력이 있다고 발표했다.

참여연대에서 제시한 초과이익은 영업수익에서 총괄원가를 제외한 금액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같은 기간 2182억원, 2조8293억원 손해를 봤다. 참여연대는 양사가 영업이익 흑자를 내온만큼 추후 다시 반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업이 13년간 19조원 이상 수익을 거뒀다고 단순히 부당하다 볼 수 없다. 부적절한 방식으로 이익을 취했느냐가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참여연대에서 밝힌 영업수익이 아닌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로 기업상황을 판단한다.

지난해 기준 SK텔레콤 영업이익은 약 1조5000억원, 영업이익률은 8.8%다.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중 삼성전자 22%, SK하이닉스 46%, 셀트리온 55%, LG화학 11%, KB금융 10%, 네이버 25%에 미치지 못한다.

통신사 측은 “초과 영업수익이라는 개념은 총괄원가를 적정이윤을 반영한 원가라고 인정할 때 가능한 개념이나, 민간사업자가 경쟁하는 이동통신시장에서 적정이윤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이미 정부도 총괄원가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고 수차례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2004~2016년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도 굉장히 작의적”이라며 “2G 사업초기 손실이 나던 시점까지 확대 포함하면 SK텔레콤 이익규모는 축소되고, KT·LG유플러스 적자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SK텔레콤이 초과이익을 거둔 이유에 대해 통신사 적정 이윤을 보상해주는 정부 투자보수율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1위 사업자에 대한 요금인가·신고제도를 통해 정부가 사실상 요금을 규제하고 있는데, 대신 통신사 합리적 투자이윤을 보상하는 방안으로 투자보수를 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보수율은 7~10%대로 과도하게 책정돼 결과적으로 원가보상율을 낮췄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영업수익 중 투자보수는 8조5000억원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요금인가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이 조사한 정책여론조사 결과 인가제 유지를 원하는 응답자는 9.2%에 불과했다.

현행 통신요금인가제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싸고 좋은 요금제가 제공되는 길을 막고, 통신사 간 차별성 없는 요금제 출시로 담합을 유도한다는 것. 통신요금인가제에 대한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응답은 약 80%에 달했다. 또, 경제적 부담 원인으로 통신사 요금(54.5%)뿐 아니라 단말기 구입비(45.6%)도 포함됐다.

참여연대는 “LTE 서비스는 2012년부터 2015까지 ​원가보상율이 100% 미만이라 적자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2G·3G서비스 초과 영업수익은 각각 1조1115억원, 6조7911억원에 달해 적자를 메우고도 남았다”며 “기본료 1만1000원을 폐지해도 남는 수준”이라고 질타했다.

통신사는 새로운 통신서비스로 전환될 때마다 대규모 구축 투자에 돌입한다. 새로운 네트워크망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기지국 등 인프라 전반을 새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설비투자로 인해 부진하다가 판매상황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이때부터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는 이유다. 이는 통신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공통 적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통신3사는 LTE 때 8년간 20조원을 투자했다. 5G 때는 1.5~2배가량 많은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 5G 사회경제적가치는 47조원에 달한다. 차세대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과도 연결돼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가장 기본적인 5G 네트워크망은 필수적으로 구축돼야 하는 국가적 사안이다.

시장에서는 기본료 1만1000원 폐지 때 연간 8조원 이상 영업이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참여연대에서 주장한 19조4000억원을 모두 통신비할인에 쏟아낸다고 해도 2년 남짓이면 사라지고 만다. 이 경우, 5G 투자 가치 여력은 줄어들게 된다. 내년 12월 5G 단독규격(SA)이 확정되면 또다시 통신사는 장비구축에 나서야 한다.

통신사 측은 “통신서비스는 막대한 고정설비를 필요로 하는 서비스로 초장기엔 원가보상율이 극도로 낮고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구조라, LTE 초기 4년간 원가보상율이 100% 미만”이라며 “공기업에 적용하는 원가보상율 그대로 적용한다면, 100% 미만일 경우 국가 재정을 투입하거나 요금을 인상해야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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