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 사태가 5G까지 번졌다. 내달 1일 5G 첫 전파 발사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사업전략을 발표하는 통신사 행사가 연이어 취소됐다. 예기치 못한 화염이라는 악재가 전세계 5G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 발목을 잡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SK텔레콤과 KT는 이번 주 예정된 5G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KT는 화재사고로 인한 통신장애를 조속히 복구하기 위해 오는 29일 개최하기로 한 5G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통신마비로 일반 시민과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은 만큼, 사태 수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미다.

SK텔레콤도 오는 28일 열리는 ‘뉴ICT 비전 간담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이번 행사에 박정호 대표가 직접 참석해 SK텔레콤 5G 전략을 공유할 계획이었다. KT 통신장애 사건과 관련한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 통신사 전체 신뢰도 하락과 관련해 자중하자는 분위기에 동참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최고경영자(CEO) 보고를 마친 후 27일 오전까지 행사 진행 여부를 확정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KT뿐 아니라 통신3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인 만큼 재난대응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26일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에서 열린 긴급간담회를 통해 SK브로드밴드 이형희 대표, LG유플러스 하현회 대표는 경각심을 드러냈다.

하 대표는 “어느 회사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통신구뿐 아니라 공동구 점검 등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복구 협력 때 물자 외에도 현장 인력 지원 등도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협력에 뜻을 모았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마케팅보다 사태수습을 선택한 통신사 결정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전세계 5G 경주에서 때 아닌 사고로 한국만 멈춰선 것도 사실이다.

미래 먹거리와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통신사와 정부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전력을 다 해왔다. 5G 패권 싸움에서 승기를 들기 위해서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5G 망구축에 전력을 다해야 하지만, 이번 사태를 제대로 추스르지 않으면 5G 국민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잠시 숨고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5G에 화염이라는 불똥이 튀었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 KT는 각 지사 인원을 아현지사 수습 인력으로 파견하기 시작했다. 전국 네트워크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스프링클러도 설치해야 한다. 500m 미만 통신구에 대한 CCTV, 소화시설 등도 구축해야 한다. KT뿐 아니다. 통신3사 모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진행 예정인 통신시설 실태점검에 대응해야 한다.

한편, KT는 오후 6시 기준 무선 86%, 인터넷 98%, 유선전화 92%를 복구했다고 발표했다. 무선은 2833개 기지국 중 2437개, 유선전화는 약 23만2000가입자 중 약 21만5000가입자 회선을 복구했다. 유선전화는 광케이블을 사용하는 전화는 대부분 정상화시켰다. 동케이블을 기반 전화는 화재가 난 통신구 진입이 필요해 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