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3조 vs 쿠팡의 2.3조, 올해 주도권 누가 잡나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올해 이커머스 업계 최대 관전 포인트는 ‘유통 공룡’ 롯데와 ‘라이징 스타’ 쿠팡의 맞대결이다. 두 업체 모두 각각 3조원, 2조3000억원의 실탄을 준비했다. 롯데가 본격적으로 온라인에 손을 대고 자금을 쏟아 부으면 쿠팡이 맞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쿠팡이 지금처럼 ‘밑지는 장사’로 로켓배송을 밀어붙이고, 추가 투자 유치를 얻어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1차전은 배송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이 오는 3월1일 합병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매출 약 5조원 수준의 초대형 물류회사를 확보하게 됐다. 3000억원 규모의 대형 허브 터미널도 구축할 예정이다. 유통업계는 이를 이커머스 사업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쿠팡은 ‘로켓배송’ 확대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쿠팡은 하루 평균 150만건 이상 주문 배송을 직접 처리하는데, 주문 중 1/3이 저녁 11시~12시에 발생한다. 그럼에도 99% 이상 주문을 늦지 않게 도착시키고 있다.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익일 새벽에 가져다주는 ‘새벽배송’, 서울 일부 지역 대상이긴 하지만 당일 배송도 시작했다.
일반인이 배송 기사로 활동하는 ‘쿠팡플렉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누적 30만명이 등록했다. 투자 시간 대비 수익이 높아 택배기사 상당수가 쿠팡플렉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현행법상 자가용 배송만 가능하지만, 시간을 잡아먹는 택배 물량 분류도 쿠팡이 해준다. 이에 힘입어 일간 주간 로켓배송 출고량도 이달 모두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료회원제 ‘로켓와우’ 회원도 최근 120만명을 돌파했다.
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대표는 “배송 서비스는 앞으로 ‘정시성’ 확보 여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 봤. 빨리 오는 것 못지않게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배송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로켓배송, 새벽배송을 하고 있지만, 정확한 도착시간은 알기 어렵다. 특히 새벽배송이나, 주문자의 부재 중 배송은 상품 분실 우려가 있다.
박 대표는 “새벽 배송은 정시 배송에 비하면 비용이 적게 드는 편, 심야 시간대는 교통 정체가 덜해 같은 시간 대비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 업무 도중에 고객 응대가 불필요해 배송 기사들의 스트레스가 덜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의 경우 일부 롯데마트몰 등을 통해 이미 예전부터 당일 배송을 운영하고 있다. 주문 후 3시간 이내 배송해 준다. 3시간 간격으로 원하는 배송시간을 선택할 수도 있다. 오는 2월부터는 ‘30분’ 배송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퀵서비스 등 오토바이를 활용한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테스트 후 모든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취급 품목과 타깃 소비자, 책정 배송비도 달라 로켓배송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2차전은 가격 승부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쿠팡은 굳이 최저가 정책을 펴지 않았다. 물류와 상품 큐레이션 등 정보기술(IT) 투자에 집중했다. 최저가보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그 이상 혜택을 주면 된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경쟁사들처럼 쿠폰을 뿌리거나 대대적인 특가 프로모션도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로켓배송이 안정화됐다고 판단되면 분명 쿠팡이 ‘가격파괴’ 정책을 크게 펼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쐐기를 박기 위해서다. 올해 말 블랙프라이데이 시점이 유력하다.
롯데의 강점은 옴니채널이다. 백화점부터 할인마트, 편의점까지 모든 유통 채널을 갖추고 있다. 필요하다면 인터넷에서 최저가로 주문하고 편의점에서 찾아가는 픽업 서비스를 구현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고, 득보다 실이 큰 방식이다. 이미 오랫동안 오프라인에서 다져진 가격 경쟁력만으로도 쿠팡보다 우세하다.
물론 경쟁이 과열될수록 양 측 모두 손실이 누적된다. 쿠팡의 누적 적자는 약 1조7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매출액이 5조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적자도 그만큼 더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 역시 이커머스 인력을 대거 충원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단기간에 이익을 내기 어렵다.
롯데는 3조원을 다 소진해도 동원할 현금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 금융 계열사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유통으로 돌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쿠팡이 롯데와 전면전을 이어가려면 최소 수조원 규모 투자가 한 번 더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투자사 측에서 쿠팡에 요구한 유일한 KPI(핵심성과지표)가 시장 점유율일 수 있다. 매출만 계속 달성하면 투자 자금이 계속 유입하고, 실패하면 회사를 넘기는 마일스톤 방식으로 계약을 하기도 한다"며 "어차피 뒤가 없으니, 돈 아끼지 않고 악착같이 거래액, 매출액만 보고 통과하다 보면 결국엔 경쟁사가 다 도태되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나"고 예상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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