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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비싼 TV 또는 미국에서 싼 TV?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해외 직접구매(직구) 규모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13억2000만달러(한화 약 1조4900억원)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구 규모는 9조원에 달한다.

해외직구 이용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한국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등 미국 유통업계 내 최대 쇼핑시즌에 직구 이용자들이 몰린다.

LG전자 75인치 UHD TV를 한국보다 절반가량 저렴한 200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구매했다는 후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부가 가치 상품일수록 가격차이가 크게 발생하다 보니, TV와 같은 전자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싼 가격으로 삼성전자‧LG전자 TV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 미국 주요 유통점 중 하나인 베스트바이는 삼성전자 75인치 QLED TV를 3299.99달러(한화 371만원)에 내놓았다. 한국에서는 600만원 이상이다. 단, 배송이 불가능하고 세금도 계산해야 한다. 그럼에도 미국 내 TV 시장 가격이 한국보다 낮다는 것은 명백하다.

이러한 가격 차이가 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국내 휘발유값이 지역마다 다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경북 울릉군으로, 평균 ℓ당 1722.33원이다. 약 1만명에 불과한 인구규모와 3곳뿐인 주유소, 수송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장 싼 곳은 부산으로 평균 1313.56원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주유소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고 인건비나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가전업계와 비교하자면 경쟁상황과 시장규모만 봤을 때 울릉도가 한국시장이고 부산이 미국시장으로 비유될 수 있다. 그만큼 시장 크기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즉, ‘규모의 경제(Scale of Economy)’에서 오는 가격 결정도 중요한 요소다. 한국 TV시장은 연간 200만대 수준인데, 미국은 이보다 20배 큰 연간 4000만대 TV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도, 잠재적 구매자수도 미국이 우세하다. 인구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류비용도 원가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은 미국과 근접한 멕시코 공장에서 제품을 양산해 미국에서 판매한다. 저렴한 멕시코의 인건비, 물류비용을 통해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만약 블랙프라이데이때 미국에서 직구를 통해 삼성 TV를 구입했다면 'Made in Mexico'제품이 한국으로 배달되는 구조다. 한국의 TV가 미국으로 수출되서 다시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것은 아니다.

반면 한국에서 소비자들이 양판점 등에서 구매하는 TV는 베트남 또는 한국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물류비용, 인건비 구조 등을 비교했을때 멕시코 공장에서 만든 TV와 베트남, 한국 공장에서 만든 TV는 당연히 원가 구조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유통구조도 한몫한다. 수많은 대형 가정양판점과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대량매입을 통해 가격 낮추기에 들어간다. 전세계에서 몰리는 제조사도 경쟁을 심화시킨다. 수요와 공급이 넘치니 시장이 활성화되고 가격경쟁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이는 TV뿐 아니라 스마트폰, 각종 가전제품, 자동차까지 확대될 수 있는 이야기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순위권에 있기 전부터 미국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시장가 이상의 가격을 받으려고 하면, 아무리 새로운 제품이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미국은 시장 수요가 크고 경쟁사도 다양하고 굉장히 규모 있는 고객사도 많으며, 유통점 자체적인 프로모션도 많이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거래선 하나에서 구매하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며 “한국 시장가는 미국과 다르지만, 제품 이외의 부분을 만족시키기 위한 소비자 서비스와 마케팅 비용이 커 손익이 높은 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기업논리에 입각했을 때,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이 미국 수준으로 떨어지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이 국내에서 더 비싼 가격을 받는 것에 대해 소비자 차별문제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가격결정에 단말기유통법처럼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도 없는 만큼 소비자 판단이 중요해졌다. 가격이 우선순위라면 직구를 이용하고, 품질이나 서비스 문제가 더 중요하다면 가격을 더해서라도 국내에서 구매하는 편이 낫다.

또 다른 가전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구매하면 물류센터에서 배송부터 설치까지 기본 서비스로 제공되며, 보증기간도 잘 돼 있다”며 “직구를 이용한다면 배송비와 설치비, 무상보증기간을 위한 추가적인 서비스 비용 등 홈페이지에 기재된 금액 이외에 추가되는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 배송 과정 파손‧결함 발생 때 보상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한국에서 적용되지 않은 일부 기능도 있다는 점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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