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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스마트폰 국내 생산 중단…MC사업부, 마지막 기회?(종합)

윤상호
- 인건비 축소, 반등 마지막 기회…고가폰 vs 가성비 ‘갈림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전자가 국내 휴대폰 생산을 접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수건을 짤 수 있는 만큼 다 짰다. 줄어든 비용을 대당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투입할지 가격대비 성능(가성비)을 높이는데 이용할지 주목된다. 아울러 국내 추가 구조조정 여부도 관심사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약 3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5일 LG전자는 휴대폰 국내 생산 포기를 선언했다. LG전자 경기 평택사업장에서 더 이상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생산라인은 베트남 하이퐁으로 옮긴다. 생산인력은 경남 창원사업장에서 수용한다.

평택에서 창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생산직은 750여명이다.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것이 LG전자 입장. LG전자는 ▲특별 융자 ▲전임비 ▲근무지 이동 휴가 ▲주말 교통편 제공 등을 제공한다. 세부 지원은 대해 노조와 협의할 계획이다. 평택과 창원은 출퇴근이 불가능한 거리다. 주거지를 옮기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퇴사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인력 퇴출이다.

LG전자 MC/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 권봉석 사장은 지난 2월 스마트폰을 맡은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라고 했지만 달랐다. 그는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 사업 포기는 없다”고도 했다. 이 말 역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

LG전자 휴대폰은 ▲한국 ▲중국 ▲브라질 ▲베트남에서 생산했다. 이번 조정으로 베트남은 연간 110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다. 작년 기준 LG전자 연간 스마트폰 생산능력은 3868만대다. 베트남 공장은 하반기 본격 가동한다. 베트남 하이퐁 최저임금은 1인당 월 21만원 내외다.

생산기지 이동은 기업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취하는 대중적 방안이다. LG전자도 다를 것 없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올 1분기까지 16분기 연속 적자가 유력하다. MC사업본부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적자는 2조8966억원이다. 인력은 8000여명에서 4000여명으로 줄었다. 이번 작업이 끝나면 3000여명만 남는다.

LG전자가 MC사업본부 반등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대부분 나왔다. ▲제품군 축소 ▲인력 구조조정 ▲생산기지 이동 등 비용 통제 수단은 대부분 나왔다. 스마트폰 사업을 지속한다면 꺼낼 수 있는 수단은 직접 생산 포기만 남았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 제조사개발생산(ODM) 방식 어떤 것을 택하는지에 따라 남은 3000여명의 운명이 갈린다. OEM과 ODM을 병행하면 연구개발(R&D) 인력도 줄일 수 있다. ODM이면 아예 R&D가 필요 없다.

다만 LG전자가 스마트폰 ODM 또는 매각을 할 가능성은 낮다. LG전자 스마트폰은 LG전자 5세대(5G) 이동통신의 한 축이라는 점과 LG그룹 전자계열사 레퍼런스폰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LG전자는 그동안 ▲반도체 ▲통신장비 등을 포기했다. 그 과정에서 기반기술 확보 기회 상실, 제품 개발 시너지 감소 등 유무형의 손해를 입었다. 5G는 사물인터넷(IoT)의 시대다. 모든 기기가 통신 기능을 갖춰야 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통신기술 축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LG전자는 융복합사업개발부문을 신설했지만 당장 판매할 상품이 있는 것과 기술만 보는 것은 다르다.

지난 3월 출시한 ‘G8씽큐’는 ▲LG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LG이노텍 카메라모듈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했다. 크리스탈 사운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처음 장착했다. 화면이 소리를 낸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후발주자다. 시장 안착을 위해 고정 거래선이 필요하다. G8씽큐가 G시리즈 처음으로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내장한 이유다. 다른 부품사도 비슷한 사연이 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 작년 스마트폰 판매량은 3970만대다. 점유율은 2.8%. 세계 7위다. 세계 1위 삼성전자 판매량의 7분의 1, 세계 3위 화웨이 판매량의 5분의 1 수준이다. LG전자 앞에는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오포 ▲샤오미 ▲비보 ▲레노버-모토로라가 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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