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최종구 vs 이재웅 '설전' 속에 드러난 혁신의 명암

이상일
23일 코리아핀테크위크 2019 행사장 부스에서 기자들에 둘러쌓인 최종구 금융원장
23일 코리아핀테크위크 2019 행사장 부스에서 기자들에 둘러쌓인 최종구 금융원장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3일 핀테크 활성화와 금융혁신을 위한 제1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 행사가 3일간의 장정에 올랐다.

이 날 행사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정부 인사와 글로벌 업체 관계자들이 개막식 및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에서의 첫 금융사와 핀테크, 정부기관이 모인 대규모 핀테크 행사를 축하했다.

하지만 기조연설이 끝나고 국내 금융그룹이 차린 전시부스와 핀테크 업체들의 부스를 돌아볼 예정이었던 최종구 위원장의 동선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때문에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던 금융사 관계자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속출했다.

이는 지난 며칠간 벌어진 최종구 위원장과 승차 공유서비스 ‘타다’를 서비스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와의 설전에서 비롯됐다.

이재웅 대표는 택시업계를 향해 “죽음을 이익에 이용하지 말라”라는 취지의 SNS 글을 올렸고 최 위원장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에서 기자들에게 “혁신사업자가 택시사업자에 거친 언사를 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이재웅 대표는 최 위원장의 비판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갑자기 이 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 어찌되었든 새겨 듣겠습니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다음날인 23일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 행사에서 최종구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걷길 바란다”고 말하며 다시 우회적으로 이재웅 대표에 비판적 어조를 유지했다.

최 위원장은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 분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며 “한 사회의 발전은 혁신에서 시작하지만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비로소 사회 전체의 번영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후 전시부스에서 기자들에게 “제가 어제 한 말의 의미를 오늘 연설에 담았다”며 “정부로서는 민간 혁신을 지원하는 것과 함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해서 삶에 대한 위협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공유경제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그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이번 설전으로 표면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 규제감독당국으로서의 입장과 시장에서의 요구 간극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사실 핀테크 시장도 이러한 갈등을 겪어왔다. 우리나라에서 ‘핀테크’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을 전후한다.

기존의 기득권이었던 금융사와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핀테크 업체 간의 갈등은 2014년 이후 5년여 간 계속돼왔다. 현재도 이러한 갈등관계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일부에선 금융당국을 향한 거친 언사와 의견이 제시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 있어서도 시장에서 논란이 있었고 아직도 규제 탓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데 어려워 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물론 죽음으로까지 항의하는 경우는 금융시장에선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저항의 강도가 다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금융기관들은 개방된 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규제산업이자 라이선스 기반의 금융업이라는 토대에서 성장해 온 금융사들도 이제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융권의 핀테크 혁신은 연착륙할 수 있는 기반이 닦여져 가고 있다고 본다. 결국 사회적 합의라는 것은 전통적인 기득권이 얼마만큼 내려놓고 열린 자세로 다가가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부수적인 피해를 관리하고 소외받는 계층이 다른 분야로 연착륙할 수 있는 계기와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금융당국의 정책 자체는 유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에서 최종구 위원장의 말이 나온 것으로 기자는 해석한다.

핀테크 시장 초기에 국내 금융권에선 ‘열어도 너무 열어준다’는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올 하반기에는 사실상의 금융공동망이 개방되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앞두고 있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의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을 금융당국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보다 광범위한 금융소비자의 편익이라는 측면에서 정책을 밀어 붙였고 이제 서서히 그 결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편 23일 오전 최종구 위원장의 기조연설이 기사화된 이후 곧바로 이재웅 대표가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제가 언론과 페이스북에서 주장하던 이야기를 잘 정리해주셨습니다”라며 “주무부처 장관도 아닌데 제 주장을 관심 있게 잘 읽어봐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굳이 사족을 달 필요가 있었나 싶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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