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CP, 통신사에 돈 내라” vs “콘텐츠 값 낼 테냐”
정부, 망이용대가 가이드라인 연말까지 수립…대립각 해소할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통신사는 수조원의 비용을 들여 국내 인터넷 가입자 기반을 마련했다. 콘텐츠제공업체(CP)들은 비례적 기여가 없는 상태에서, 가입자군 접근에 대해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저가의 전용선 비용만 부담하고 이용한다. 전형적인 무임승차다.”
“통신사가 돈을 버는 이유는 CP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이용자 효용을 늘리기 때문이다. CP는 통신사에게 콘텐츠 비용을 같이 부담하고, 스타트업 리스크를 함께 가져가자고 요구한 적 없다. 더 많은 비용을 내라고 하는 것이 진정한 상생이냐.”
16일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5G 시대 콘텐츠 기업의 생존전략 : 망 이용료 인하 방안을 중심으로’ 세미나가 열렸지만, 망 이용대가와 관련된 양측 주장의 간극만 확인했다.
정부는 통신사와 CP 간 망이용대가 가이드라인을 연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상호접속제도 연구반을 통해 10회가량 의견을 수렴해 왔다. 그럼에도 통신사 및 CP, 학계간 의견은 조율되지 못하고, 망이용대가에 대한 원론적인 주장만 반복되고 있다. 가이드라인 마련과 관련해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CP에 과금 여부 놓고 옥신각신=이날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트래픽 증가에 따라 이득을 얻고 있는 CP가 망 투자비용의 일정부분을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 CP 간 적절한 경쟁을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CP 영향력은 매우 크며, 이용자 후생에 관여하고 있다”며 “인터넷 트래픽 급증에도 CP가 망이용대가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망 투자비용이 이용자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래픽 증가에 따른 이익은 CP들이 가장 많이 취득한다”며 “수익 지불 원칙에 입각해 CP들은 망 투자비용을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와 존밀번 하나셋코퍼레이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무정산원칙에 입각해야 하며 통신사가 CP에 망이용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CP 협상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고, ISP 협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망이용료 협상은 불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콘텐츠 다양성 저해와 인터넷 서비스 비용 증가로 소비자 후생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해 무정산 방식으로 복구하거나,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고 상생할 수 있는 정산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존밀번 CTO는 “어떤 트래픽도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며 “새 규정이 나오면 콘텐츠 업체들이 돈을 내게 되며, 결국 사용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새로운 형태의 세금이 생겨서는 안 되며, 정부는 규정을 만들지 말고 효율적인 워치독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응해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실장은 CP 우려와 달이 망이용대가 인상에 대한 영향은 미미하며, 실제 계약도 기존 요금으로 재계약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 실장은 “사실 기반 검증도 없이 망 이용료가 증가했다는 주장과, 합리적 대안도 없이 과거로 가자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며 “공평한 망 투자와 지속 가능한 발전 정책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CP는 수입만 얻고 ISP에게 비용을 떠안게 해 최종이용자에게 요금을 전가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외CP 역차별에서도 이견=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 CP와의 역차별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존재했다.
정부와 국회가 망이용대가를 살펴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차별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만 이용대가를 부담하고 있고, 해외 CP는 미미한 금액을 내거나 계약조차 맺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 또한 해외 CP에 망 이용대가를 받고 싶지만, 협상력 문제에 직면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민수 교수는 “망 이용대가를 사업자 사이 계약 문제로 남겨둔다면 협상력이 강한 글로벌 CP에게 망 이용료를 요구하기 어려워 국내 CP와의 역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ITU 등에서도 미국발 트래픽(구글 등)이 많은데 다른 나라들이 그 비용을 소화하고 있어 분담하자는 논의가 나온 바 있다. 다만, 미국 측이 반대하는 바람에 상당히 이야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CP 측은 역차별 상황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통신사가 요구하는 정책은 해외 CP에게도 부당한 이용료를 지불하라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 포럼 대표는 “한국은 외국에 비해 CP들이 지불하는 비용이 굉장히 높다. 그런데, 해외 CP에게는 요금도 못 받고 캐시서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부당한 통신사 갑질을 개선해달라고 했는데, 해외 CP한테도 공평하게 갑질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페이스북과 계약 조건을 공개해 국내 CP와 비교했을 때 공정한 수준인지 봐야 한다. 네이버는 2016년 700억원 이상을 부담했고, 아프리카TV는 유튜브 트래픽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100억원을 냈다”며 “낮은 네트워크 비용 속에서 시장에 진입해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고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외국기업 망 이용료를 한국기업 수준으로 올릴 것인지, 이 때 정책 집행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는지 봐야한다”며 “외국기업이 내는 수준으로 국내 기업에게 망 이용료를 내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 의미있는 부분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정부는 해외사례와 최종 이용자 후생 문제 등을 종합 고려해 조속히 제도개선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엄열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정산방식 관련 해외사례들, 글로벌 표준, 스타트업에게 장애물이 될 수 있는지, 비용분담으로 이용자 후생 저하 요인 등을 보겠다”며 “공정하게 의견을 수렴해 빠른 시일 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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