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페이스북의 행정소송 1심 선고가 한 달 뒤로 돌연 미뤄졌다.
23일 방통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 선고를 오는 25일에서 다음 달 22일로 한 달 연기했다.
국내 규제기관이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를 상대로 불공정을 제재하고, 나아가 법적 다툼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게 된 것이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 등 각국에서도 주의 깊게 보는 부분이다. 한국 재판부 판결은 각국의 판단에 선례로 작용할 수 있고, 국내외 정책 방향성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심 선고 연기는 재판부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시 페이스북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대해 KT를 통해 접속하도록 했다. 단, SK브로드밴드는 홍콩을 통해 접속했다. KT와 계약기간이 충분히 남아있음에도 국내 사업자와의 구체적인 협의나 이용자 고지 없이 2016년 12월 SK텔레콤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했고 2017년 1~2월 LG유플러스 접속경로도 홍콩·미국 등으로 우회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 용량이 부족해졌고 트래픽 병목현상으로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가 변경 전보다 평균 4.5배 느려졌다. LG유플러스도 2.4배 느려졌다. 페이스북은 논란 발생 후 2017년 10~11월 원상태로 복구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서비스 품질 문제를 지적하고, 이용자 접속 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통신사가 추가 비용을 들여 해외접속 용량을 증설한 점 등을 꼬집었다.
이에 페이스북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방통위 결정에 불복했다. 과징금 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이번 제재를 받아들이게 되면, 각국의 규제당국으로 확장될 수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통신사와의 이용대가 협상까지 연관된 만큼, 페이스북은 이번 소송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방통위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2일 사의 표명을 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번 소송을 세기의 재판이라 평가하면서, 방통위가 승소한다면 글로벌 기업을 규제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승소한다면 그동안 해외 사업자 역차별 있어서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더욱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며 “패소한다면 항소를 해서라도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사건에 대한 패소일뿐 역차별 문제점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