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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OTT 콘텐츠 전쟁, 통신3사 셈법 치열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OTT 강자 ‘넷플릭스’에 이어 콘텐츠 공룡 ‘디즈니+’ 출시가 임박했다. 한국 토종 OTT ‘웨이브(WAVVE)’도 도전장을 내민다. 떠오르는 OTT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을 선점하려는 통신3사의 셈법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OTT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일정들이 올해 하반기 줄줄이 이어진다. 9월 SK텔레콤과 지상파3사의 국내 통합 OTT 출범이 시작이다.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 중인 LG유플러스는 10월 재계약 논의를 앞뒀다. 디즈니+는 11월 공식 출시된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국내 통신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콘텐츠 수급이다. 자체 OTT 플랫폼과 인터넷 TV(IPTV) 등 유료방송사업을 하는 통신사들에게 OTT는 막강한 콘텐츠 동력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독주하는 넷플릭스와 새로 진입하게 될 디즈니+가 그렇다. 이들은 자체 OTT를 가진 통신사들의 경쟁자이자 동시에 콘텐츠 제휴를 위한 협력 파트너인 셈이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LG유플러스다. 지난해 11월부터 넷플릭스와 독점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자사 IPTV ‘U+tv’에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성과도 톡톡히 봤다. 올해 1분기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자는 지난해 4분기 대비 13만명 늘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11만9000명)과 KT(11만명)를 제친 기록이다.

오는 10월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재계약 여부에 관심이 쏠린 것도 그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에 넷플릭스와 독점 제휴를 맺으면서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입한 만큼 단기적인 이벤트에 그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로 재계약이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나 수익 배분율이나 콘텐츠 전략 측면에서 재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SK텔레콤과 KT는 디즈니+와의 콘텐츠 제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달 19일 ‘5G플러스 전략위원회’에서 “디즈니와의 협업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KT 역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디즈니와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경쟁이 심해질수록 통신사들의 콘텐츠 수급은 어려워질 수도 있다. 특히 디즈니의 OTT 시장 진입은 대형 콘텐츠 사업자가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자체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에게 직접 판매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글로벌 OTT사들이 콘텐츠를 독점 판매할수록 아직 콘텐츠 경쟁력이 부족한 통신사들에게 악재다.

SK텔레콤이 웨이브를 통해 자체 OTT 경쟁력을 기르려는 것은 이러한 시장 상황에 따른 전략 다변화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 ‘푹(POOQ)’의 통합법인 웨이브를 오는 9월 공식 출범한다. 옥수수 가입자(946만명)와 푹 가입자(400만명)를 합쳐 약 1300만명 가입자를 갖춘 국내 최대 OTT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웨이브 합병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사가 만든 콘텐츠를 경쟁사에도 공급해야 한다는 승인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용자 권리를 위해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콘텐츠 공급 협상’을 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대다수 OTT사들이 독점 콘텐츠를 통한 서비스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다.

최근 국회에서 국내 OTT 규제 논의가 불거지고 있는 것 역시 좋지 않은 변수다. 지난 26일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OTT를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상 금지행위 규정 적용 대상, 방송분쟁조정 대상, 시정명령 및 제재조치 대상에 OTT가 포함되는 조치여서 규제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국내든 해외든 OTT 시장의 결정적 경쟁력은 ‘독점 콘텐츠’”라면서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제작에 몰두하고 디즈니가 마블이라는 콘텐츠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국내 토종 OTT 웨이브가 가야 할 역할도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가 OTT를 비경쟁적 시장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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