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칼럼

[취재수첩] 오픈소스 생태계에 SKT가 던진 돌맹이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이 던진 돌맹이 하나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생태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 온라인 개발자 커뮤니티들은 SK텔레콤 깃허브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5일 깃허브에 경품 추천 이벤트를 진행했다. 메타트론 디스커버리 ‘스타’를 누르면 경품을 증정하는 방식이다. ‘좋아요’와 같은 스타는 개발자들이 유용한 오픈소스 SW를 추천하고 평가한다. 기업의 상업적인 마케팅에 개발자들은 공분했다.

SK텔레콤이 홍보하기 위해 내세운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스마트팩토리 등에서 활용 가능한 산업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엔진 ‘메타트론’이다. SK하이닉스 등 SK 관계사 및 내부용으로 사용한 솔루션인데, 지난해 8월 깃허브에 공개했다.

논란이 커지자 SK텔레콤은 즉각 사과하고 추천수를 0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의 경우, 사과문을 올리기 전 이 프로젝트가 잘 될 수 있다고 증명해야 하는 방식 중 하나가 스타의 개수였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메타트론은 4년째 개발 중이고, 오픈소스로 전환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대기업 내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유지되기 어렵지만, 이를 돌파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생존싸움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방법론에 대해서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깃허브는 전세계 오픈소스 SW 개발자들의 놀이터이자, 최대 커뮤니티다. 이곳에서 대기업이 자본력을 이용해 추천수를 올렸다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책임자 말을 들여다보면 조급함이 담겨 있다. 왜일까? 대표적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SK텔레콤조차 오픈소스 SW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조직은 그야말로 연약하다. 이번 논란은 개발자 실수로 치부하기보다, 오픈소스를 포함해 SW를 바라보는 기업 전체의 그릇된 시각부터 살펴봐야 한다.

오픈소스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시작됐으나, 이러한 촌극을 빚게 한 본질적인 사안은 성과주의 기업문화에 있다. SK텔레콤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기업 모두 이 지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내 대기업에는 많은 사업부가 존재한다. 오픈소스 프로젝트 팀은 미래 가치를 위한 곳이지, 당장의 매출에 기여하는 부서는 아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치로 평가받는 사회다. 약한 곳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성과가 없다면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사업들이 널려 있다. 구성원들의 생존싸움이었다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서 나온다.

그렇지만 지난 10여년간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혁신했으며 상용 애플리케이션 코드의 80~90%는 오픈소스 SW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 등 새롭게 떠오르는 기술들 모두 오픈소스 발전의 결과물이다. 글로벌에는 레드햇, 엘라스틱 등 오픈소스를 통해 성공한 기업들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깃허브를 인수하고,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오픈소스 기업을 인수하는 등 관련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카카오, 네이버 등이 오픈소스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 만큼, SK텔레콤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이번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오픈소스 SW를 단순히 당장의 매출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미래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산업에서 바라보는 SW, 대기업이 바라보는 오픈소스의 가치가 제고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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